“日패전 굴욕 희석시키려 종전기념일 8·15로 조작”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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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8·15 종전기념일은 일본이 침략자라는 사실을 희석하기 위해 정부와 언론이 뒤늦게 부각시킨 날이다.”

일본이 8·15를 종전기념일로 삼은 것은 패자의 굴욕을 지우고 희생자 추모를 위한 날임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와 언론이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이 일본 학자로부터 제기됐다.

사토 다쿠미(사진) 교토대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책 ‘8월 15일의 신화’(궁리)에서 “8월 15일은 일왕(日王)이 육성 방송을 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데도 언론 이벤트와 교과서로 나중에 종전기념일로 각인시켰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패배를 인정하고 포츠담선언을 받아들인 건 1945년 8월 14일, 군대 정전 명령은 16일, 항복문서에 조인한 건 9월 2일로 이 세 날은 전쟁사(史)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일본에는 굴욕적인 날이다. 사토 교수는 “8월 15일이 종전 당시에는 비중이 없었는데도 나중에 대대적으로 조명됐다”고 말했다.

사토 교수는 8·15 부각을 위해 언론 조작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1945년 8월 16일 ‘무릎 꿇은 아이들’(홋카이도신문) 사진은 ‘윗선의 지시와 기자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널리 알려진 ‘일왕 방송에 우는 여성들’(아사히신문·1955년)도 출처를 찾을 수 없었고 당시 방송 상태가 나빠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점을 들어 연출 사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광복절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8·15가 가지는 의미는 이해하지만 왜 일왕 육성방송의 날을 광복 시점으로 삼는가. 한국이 정통성을 계승한 임시정부는 일본에 전쟁을 선언했는데 ‘대일본 선전포고 해제일’은 언제인가”라고 물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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