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주자들 “누가 평양 가나” 촉각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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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누굴 낙점할까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발표된 지 하루 지난 9일 오전 경비요원들이 청와대 출입문을 열고 있다. 김경제 기자
靑, 누굴 낙점할까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발표된 지 하루 지난 9일 오전 경비요원들이 청와대 출입문을 열고 있다. 김경제 기자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할 남측 대표단에 정치권에서 누가 참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범여권 대선주자 진영은 “대표단에 대선주자가 포함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면서도 혹시 다른 주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낙점’을 받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김형오 원내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정상회담 대책 마련을 위한 국방위, 통일외교통상위, 정보위 소속 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정상회담에 정당 대표단이 동행하더라도 불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나경원 대변인은 “정부가 제안을 하면 참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당 차원에서 대표단 합류를 거부했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대표단은 공식 및 특별 수행원 130명으로 구성됐다.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완구 당시 자민련 의원이 포함됐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대표단으로 방북하는 것이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정치인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대선주자가 포함되겠느냐만…”=이해찬 전 총리 측은 “대표단 결정은 청와대가 하지 않느냐”면서도 은근히 합류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이 전 총리 대변인인 양승조 의원은 8일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 전 총리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 결정에 사실상 특사 역할을 했다”며 “대선주자가 아닌 지금까지 역할의 연장선상이라면 이 전 총리의 대표단 합류도 긍정적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대표단에 참여하면 이 전 총리는 ‘친노(親盧·친노무현)’ 지지를 승계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까지 받아 범여권 경선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다른 대선주자 진영은 “남북 정상회담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꺼리는 노 대통령이 대선주자를 포함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반응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대변인인 우상호 의원은 “많은 대선주자 중 누구 하나를 데려가는 순간 정치적 시비와 국민적 역풍이 불 것이기 때문에 대선주자를 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의 민병두 의원도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정치적이 아닌 비즈니스처럼 생각하고 있어 대선주자군은 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통일부 장관 시절이던 2005년 6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등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참여해 합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올해 5월 남북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탑승객 명단에서 제외된 적이 있어 결과를 점치는 게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이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친노’ 주자인 한명숙 전 총리 측은 “대선주자가 포함되면 정상회담의 대의가 정치적으로 왜곡될 수 있어 ‘소탐대실’이라는 것이 한 전 총리의 뜻”이라며 완곡하게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정치인, 대표단 합류 경쟁 치열할 듯=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2000년에 방북 대표단에 들어가려고 정치인들이 정말 ‘피터지게’ 경쟁했다”며 “내년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정치인들의 로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에게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현장에 있었다는 것은 큰 홍보 포인트가 된다는 것. 이번 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가시적 성과를 이룬다면 대표단 참여 자체가 평화 이슈를 선점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더욱 애를 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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