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취임초엔 “연연 안해”… 北 핵실험뒤 비선 가동

  • 입력 2007년 8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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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남북정상회담 대책 논의노무현 대통령(왼쪽)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들과 함께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NSC, 남북정상회담 대책 논의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들과 함께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제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8일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공개, 비공개 채널이 다 활용됐지만 내적으로는 아주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비공개 채널, 즉 비선(秘線)라인의 역할을 시인한 셈이다.

▽비선 라인의 성쇠(盛衰)=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을 막고 6자회담 복귀 촉구를 위해 그해 8월 북한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제안이 무산되고 그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며 남북 관계가 단절되자 노무현 정부는 결국 비선 접촉을 추진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씨는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10월 20일 대북사업가인 권오홍 씨의 주선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이호남 참사를 만나 정상회담을 ‘대장놀이’라는 암호로 부르며 추진을 논의했지만 이는 실패로 끝났다.

이 과정에는 이호철 대통령국정상황실장과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 라인이 가동됐다. 권 씨는 “노 대통령은 이 실장을 통해 10월 중순부터는 (비선 접촉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상세히 보고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10월 안 씨의 접촉이 실패한 뒤 이 의원은 베이징을 10여 차례 오가며 메신저 역할을 했다. 이 의원은 7일 “노 대통령의 당부를 받고 12월 18일 평양에 가서 ‘(2006년) 12월 말이나 (2007년) 1월 초에 특사를 받고 한 달 이내에 정상회담을 하자’는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며 “특사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급으로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 전 총리가 특사로 정상회담 문제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지만 북핵 관련 6자회담 2·13합의로 인해 공식 채널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권 씨도 “이 실장이 2월 22일 전화를 걸어 ‘(대북 접촉은) 공식 라인으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보고서가 올라와 정부가 교통정리했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 집권 초기엔 “연연 안 해”=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원칙론’을 고수해 왔다. 북핵 문제 해결, 6자회담 당사국들의 합의가 선결되지 않는 ‘이벤트성 정상회담’은 배제했다는 의미다. 2004년 초에는 6·15공동선언의 취지에 맞춰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해야 한다”(경인지역 언론사 합동인터뷰)고 강조했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남북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한겨레21 인터뷰)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2005년에도 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7월 중앙언론사 편집국장단 간담회), “한국이 정상회담 그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생각하고 그것에 매달리게 될 때 오히려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 등을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11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는 등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으로 국제적 경색 국면이 조성되자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한 국면 전환’을 점차 꾀한 듯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노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친노 의원들도 북한 당국자들과의 접촉을 늘렸으나 노 대통령은 “아직 아무 교섭도 실체도 없는 정상회담”(2007년 1월 신년 연설)이라며 연막을 피우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핵심 관계자는 “당초 9월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 당사국이 모여 공감대를 이룬 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정상회담을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 됐으나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해 정상회담을 4자회담 전으로 앞당겼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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