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얼 열연’ 김보경 “예뻐 보여서 뭐해요”

  • 입력 2007년 8월 6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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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괜찮은 공포영화가 탄생했다. ‘사다코’(‘링’의 귀신) 아류들의 ‘깜짝 쇼’가 아닌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충돌로 색다른 두려움을 안겨주는. 흉흉했던 역사의 암흑기인 1942년 경성의 어느 병원을 배경으로 한 ‘기담’(감독 정가형제, 제작 영화사 도로시) 얘기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고혹적인 여주인공 한명이 눈에 띈다.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이자 슬픈 비밀을 간직한 ‘인영’ 을 연기한 배우 김보경이다.

2001년 영화 ‘친구’의 홍일점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김보경에게 ‘친구’는 많은 희망을 품게 한 ‘꿈만 같은’ 데뷔작이었지만 이와 동시에 ‘지지부진하게’ 자신을 옭아맨 유일한 대표작이 됐다. 하지만 올해 화제의 드라마 ‘하얀거탑’의 히로인으로 건재함을 알린 그녀는 1일 개봉한 ‘기담’을 통해 ‘호러퀸’에 도전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확실히 높여가는 중.

최근 들어 드라마 ‘경성스캔들’의 ‘유명 기생’ 한고은과 영화 ‘모던보이’의 ‘팜므파탈’ 김혜수 등 과거로 돌아간 미녀스타들의 화려한 변신이 보는 즐거움을 톡톡히 선사하고 있다. 김보경 또한 클래식한 신식 양장과 모던한 단발머리에 청순한 마스크와 고풍스러운 말투가 더해져 극의 분위기를 더할 나위 없이 신비롭고 우아하게 이끈다.

그러나 정작 김보경은 “저도 여자이니 좀 더 매혹적으로 보이고 싶지만 ‘인영’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마을의 의사”라며 “숨 가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인형처럼 예쁘게만 보일 수 있겠냐”며 ‘겉의 치장’이 아니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논했다.

“시대적 느낌은 세트나 의상의 도움을 받았지만 따로 무언가를 준비하기보다 ‘인영’의 내면과 시나리오에 충실했어요. 단, 분장 팀에게 ‘그 시대 사람처럼 보이게 해 달라’고 특별히 주문했죠. 마스카라나 색조 화장은커녕 분 정도만 칠했다고 할까요. 극 후반에는 그야말로 ‘쌩얼’로 나와요.(웃음)”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제 나이에 예뻐 보여서 뭐하겠냐. 그냥 지독한 사랑에 허우적대는 영화 속 ‘인영’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덧붙이는 그녀에게선 어느덧 30대를 넘긴 여배우의 느긋함과 더불어 원숙미가 풍부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실제 김보경에게 ‘인영’의 가냘프고 얌전한 자태만 기대하면 안 된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다”는 김보경은 평소 심플한 청바지에 손목엔 가죽 끈을 칭칭 동여매고 다니는 ‘괄괄한 여자’라고 한다. 얼마 전 촬영한 섹시화보에 대해선 ‘예민하게’ 굴 수도 있는 사안을 “어때요, 제 비키니 사진 멋지죠”라고 ‘쿨하게’ 답하는 화끈한 성격도 지녔다.

“재밌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보여드린 것일 뿐 전 아직 제가 이미지 관리를 할 때는 아닌 것 같아요.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섹시’가 아니라 제 속에 감춰있던 또 다른 매력들을 포착하는 신기한 작업이었어요.”

그러나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오늘의 ‘담담한’ 김보경이 있기까지 남몰래 그녀가 흘린 눈물은 가슴 깊이 새겨져 ‘단단한’ 딱지로 아물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주목 받았지만 또 ‘너무 쉽게’ 관심 밖으로 밀려난 김보경은 “이마저 안하면 연기의 끈을 놓칠 것 같은 궁지에 몰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임했다”고 스스로도 밝힐 만큼 ‘수준 이하’의 작품에 근근이 출연하며 ‘배우 생명’을 연장하기도 했다.

생각만으로도 눈가가 촉촉이 젖어오나 보다. 김보경은 “나중에 혹시 모를 연기를 위해 그때 감정들은 꼭꼭 저장해뒀다”면서 “시계 바늘이 다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자신하던 철부지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배우고 인생에 있어 여유로워지는 법을 터득했다”며 힘겹던 지난날을 추억했다.

“제가 스타였다면 그런 부침의 과정이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전 한 번도 스타인 적이 없어요. 올라가봤어야 내려갔었다고 말하죠. 제겐 기회가 없었을 뿐 이제야 비로소 연기에 대해 조금씩 알기 시작했고 제가 연기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8월 중순부터 김보경은 또다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춘다. ‘문희’ 후속으로 방송되는 MBC 새 주말드라마 ‘깍두기’의 출연을 확정지은 것. 다시금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연기에 대한 ‘늦깎이 열정’을 불태우는 김보경의 ‘두 번째 비상’을 기대해본다. 그녀는 지금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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