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39>喧賓奪主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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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우리에 자기 새끼를 낳는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원래 임자 새의 새끼를 몰아내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주인과 손님의 관계는 반대가 된다. 주인은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손님이 묵을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주인은 집을 짓고 수리하지만 손님에게는 그럴 권리도 의무도 없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손님이 오히려 주인 노릇을 하려고 할 때가 있다. 혼란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主客(주객)이 顚倒(전도)되는 것이다.

喧賓奪主(훤빈탈주)라는 말이 있다. 喧은 떠들다, 시끄럽다, 왁자지껄하다라는 뜻이다. 宣은 물길을 트다, 선언하다라는 뜻인데 이 글자에 口(입 구)가 있으므로 소리로 물길을 트다, 즉 떠들다라는 뜻이 된다. 賓은 손님이라는 뜻이다. 客에도 손님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賓客도 손님을 뜻한다. 그러나 賓客은 귀한 손님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喧賓은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손님, 즉 주인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하는 손님이라는 말이 된다.

奪은 빼앗다라는 뜻이다. 剝奪(박탈)은 벗겨서 빼앗다라는 말이고 强奪(강탈)은 억지로 빼앗다라는 말이다. 强은 힘이라는 뜻이지만 힘을 사용하면 억지가 되므로 억지로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主는 주인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주인의 지위, 주인의 자리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喧賓奪主는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손님이 주인의 자리를 빼앗는다, 즉 목소리 큰 손님이 주인 노릇 한다는 말이 된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나 가끔은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정치인이 나라의 주인인 듯이 행동한다. 정치인은 결코 나라의 주인이 아니다. 국민을 깔보고 떠들어대는 정치인이 있다면 국민은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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