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사관-피랍 3명 첫 통화”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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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된 한국인 인질 21명 가운데 3명이 5일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 등 대사관 관계자들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인질의 상황을 직접 전화 통화로 확인한 것은 피랍 17일 만에 처음이다.

가즈니 주 탈레반 사령관 물라 사비르는 이날 본보 현지 통신원 아미눌라 칸(가명) 씨와의 통화에서 “오늘 한국인 인질 3명이 그들의 대사와 통화했다”며 “그들이 모국어(한국어)로 통화했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한 것 같았고 대사는 통화에 만족해했다”고 말했다고 칸 씨가 전했다.

사비르는 인질 가운데 여성 2명이 20분간 통화를 하고 2시간 뒤 남성 인질 1명이 추가로 통화했다며 통화를 한 여성 중에는 건강이 악화됐던 2명 중 1명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질들이 대사와 통화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한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칸 씨는 전했다.

정부 당국자도 “현지 대사관 관계자가 4일 오후 납치단체와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피랍자 한 명과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혀 정부 당국과 인질의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통화는 짧게 이뤄졌으며 내용은 안전을 고려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날 인질 살해 위협도 재개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노력이 충분치 않다. 언제든 살해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아프간 현지 통신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가 이날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아마디는 “오늘(5일) 우리가 한국 정부의 노력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살해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칸 씨는 사비르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AIP의 보도는 아마디의 말을 잘못 전달한 것”이라며 추가 살해 재개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한국 협상단이 탈레반과의 전화 접촉에서 ‘우리는 역부족이다. 당신들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협상단은 이날 탈레반과 물밑 교섭을 계속했지만 협상 장소를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직접 접촉이 급진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민간 의료진 탈레반에 약품 전달

이날 아프간 민간 의료진은 항생제, 진통제, 호흡기 질환 치료제 등 20∼30kg의 약품을 탈레반에 전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의료진은 “탈레반이 지정한 곳에 약품을 놓아두었으며 뒤에 탈레반으로부터 찾아가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4일 탈레반은 한국인 여성 인질 1명을 AFP와 통화하도록 했다. 이 여성은 울먹이면서 영어와 다리어로 “죽고 싶지 않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다른 인질 3명과 함께 있다고 밝힌 이 여성은 또 “그들(탈레반)은 우리를 죽이겠다고 위협한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5, 6일 정상회담에 앞서 5일 방영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탈레반과 협상할 것이냐’는 질문에 “납치와 테러를 조장하지 않는 것이라면 인질들이 풀려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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