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만 확대… 문제지는 그대로 시각장애인 시험 ‘반쪽 대책’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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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인사위원회가 올해 7급 국가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답안지만 확대 제작하고 문제지는 종전대로 제공할 예정이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인사위는 9일 실시되는 7급 국가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시각장애인에게 확대 답안지를 공급하겠다고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이는 뇌병변 증상 때문에 손 떨림이 있는 지체장애인 응시자에게 제공해 온 확대 답안지를 시각장애인에게도 제공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중앙인사위는 일반 OMR 답안지의 답안 표시란을 2배로 확대한 답안지를 만들어 지체장애인과 교정시력 0.04 이상∼0.3 미만의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매년 국가공무원 시험은 장애인을 별도 모집하는데 올해 7급 공무원에서 장애인은 44명 모집에 146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33.2 대 1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확대 답안지만 제공하고 점자 및 확대 문제지를 제공하지 않으면 극소수의 경증 시각장애인을 제외하고 대다수 시각장애인들은 사실상 응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시험 보안 때문에 시험일에 임박해 출제를 완료했기 때문에 점자 및 확대 문제지를 만들 여유가 없었다”면서 “내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제지를 별도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4월 치러진 9급 국가공무원 시험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문제지와 답안지가 아예 제공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달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대로 시각장애인 13명을 위해 확대 문제지와 답안지로 시험을 보도록 배려했다.

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문제지는 그대로 두고 답안지만 바꾼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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