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당은 졸속 샘플링당?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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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한 김근태 문희상 의원, 정대철 창당준비위원장, 김덕규 이낙연 의원(왼쪽부터). 창당의 첫걸음을 뗀 이들은 모처럼 여유를 되찾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승 기자
3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한 김근태 문희상 의원, 정대철 창당준비위원장, 김덕규 이낙연 의원(왼쪽부터). 창당의 첫걸음을 뗀 이들은 모처럼 여유를 되찾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승 기자
범여권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3일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정당 명칭 및 로고, 정강 정책 등을 확정했다.

당헌·당규분과를 맡았던 우상호 의원이 “보통 한 달 이상 밤새워야 하는 작업인데 3, 4일 만에 끝냈다”고 말했을 정도로, 초(超)스피드로 창당작업이 마무리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당이 신당만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샘플링(Sampling·발췌 인용)’에만 의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가요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예전의 히트곡이나 클래식곡 중 익숙한 음원을 짜깁기해 신곡을 만드는 ‘샘플링’ 기법을 선호하고 있는데, 과도할 경우 ‘사실상의 표절’로 인식되기도 한다.

▽‘좋은 게 좋은 것’=민주신당은 이날 대표 최고위원 1명이 원내대표보다 높은 위치에서 모든 당무를 총괄할 수 있는 ‘원톱’ 체제를 갖추고, 9인의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가담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택했다고 밝혔다. 신당 측은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현재 지도부 시스템과 같다”고 했다.

월정액을 납부하는 기간당원의 이름을 ‘봉사당원’으로, 당원협의회장을 지역위원회장 등으로 명칭 몇 개만 바꾼 것을 제외하고는 당헌 역시 열린우리당의 현재 규정과 거의 같다.

홍보분과위원장인 김교흥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당명이 추구하는 가치’는 △대통합 △민주 △평화 △개혁 △미래창조 △연대 △중도개혁 △새정치 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개혁’과 ‘중도개혁’을 동시에 표방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신당의 로고는 주황색과 초록색 물결 표시로 이뤄졌다. 주황색은 현재 민주노동당에서 상징색으로 쓰고 있고, 초록색은 예전 자유민주연합과 새천년민주당 로고에서 사용했던 색상이다. 약칭 민주신당이라는 이름은 중도통합민주당으로부터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반발을 초래했을 정도로 민주당과 비슷하다. 영문명칭은 UNDP(United New Democratic Party)로 1958년 발족한 유엔개발계획(UNDP)과 약칭이 같다.

▽‘왕년의 히트곡’도 다시…=민주신당은 3일 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 400명의 인선을 최종 확정했다. 시민단체 몫 200명을 제외하고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민주당 대통합파가 각각 73명씩,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이 54명을 챙겼다. 지난달 24일 1차 발표했던 164명에 이어 이번에도 범여권 정당인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열린우리당 민주당 출신은 물론 예전 평민당 등에서도 공천받은 경력이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계열 정치인이 특히 많이 눈에 띄었다. 손학규 전 지사 캠프 측의 설훈 전 의원을 비롯해 김 전 대통령의 1997년 대선 기획통으로 활약하고 올해 김홍업 의원의 보궐선거 당선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윤흥렬 전 대한매일신보 부사장도 중앙위원으로 합류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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