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바보, 약도 없다” 日자민 아베 물어뜯기

  • 입력 2007년 8월 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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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역사적 참패’를 당하고도 퇴진을 거부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에게 선거 패배의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자민당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아베와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당내 인사들의 언론 플레이도 눈에 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총선거에서 아베 총리를 ‘자민당의 얼굴’로 유지해도 되겠느냐는 불안감이 이 같은 기류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2일 아침 뉴스는 특히 흘러나온 ‘배경’때문에 눈길이 쏠렸다.

일본 언론은 선거 당일 자민당의 ‘빅 3’인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자민당 참의원 의장,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간사장이 “자민당이 30석대에 머문다면 총리가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아베 총리에게 전했으나 총리가 거부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 자신은 2일 밤 뉴스의 진위를 묻는 기자들에게 “나카가와 간사장에게서 퇴진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이 같은 밀실 협의 내용이 언론에 흘러나오는 현실이 문제”라며 이는 자민당 내에서 ‘아베 끌어내리기’가 시작됐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민당을 지키기 위해 아베 총리를 버리고 갈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당에 짙게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 퇴진을 주장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방위청 장관은 최근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국민은 자민당이 변화하라고 민주당에 표를 넣었는데 총리가 안 바뀌면 자민당은 야당으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평소 아베 내각을 ‘바보 사장에 바보 전무가 이끄는 회사’라고 비판해 온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자민당 참의원 정책심의회장도 아베 총리의 퇴진거부 소식을 듣고 기자들 앞에서 “바보에겐 약도 없다”며 분개했다.

자민당 참패의 한 요인으로 지탄받아 온 아카기 노리히코(赤城德彦) 농림수산상을 아베 총리가 경질한 1일에도 당내에서는 “당은 선거 중에도 줄곧 아카기 경질을 촉구해 왔으나 총리실이 매번 이를 거절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2일 자민당 총무회, 참의원 선거 총괄위원회에서도 집행부에 대한 비판이 속출하자 나카가와 간사장이 회의 내용을 함구할 것을 명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번 참의원 선거 득표수를 기준으로 중의원 선거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300선거구에서 민주당 203의석, 자민당은 70의석을 딸 것이라는 결과가 발표돼 의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총리 측근에게서도 거리두기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 출마해 고전 끝에 당선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총리 홍보담당보좌관은 “거리에서 나부터가 ‘아름다운 국가’란 말은 입이 안 떨어지더라”며 총리에게 그 말을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3일자 아사히신문에 밝혔다.

한편 아베 총리는 2일 내각 e메일 매거진에 실은 ‘각오를 하고’라는 글에서도 “개혁의 방향이 선거 결과에 의해 거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혁의 흐름을 멈출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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