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즈나의 꾀병’ 日 발칵…아사쇼류 병가내고 축구 들통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요코즈나(橫綱)의 꾀병 축구’ 사건으로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요코즈나는 스모(相撲·일본 전통씨름)에서 최고 실력을 갖춘 선수에게 주어지는 등급.

일본의 주요 일간지들은 2일 스모협회가 몽골 출신 요코즈나 아사쇼류(朝靑龍·26)에게 2개 주요 대회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 사실을 1∼3면, 사회면, 체육면, 사설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 언론이 이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스모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일본의 전통과 자존심을 상징하는 사실상의 국기(國技)이기 때문이다. 요코즈나는 4200여만 엔(약 3억4000만 원)의 연봉과 그 이상의 광고수입 등으로 부와 명예를 한 몸에 거머쥐는 국민적 영웅이다.

스모협회가 아사쇼류에게 사실상 은퇴 권고나 다름없는 출전정지 조치를 내리게 된 발단은 지난달 25일 몽골에서 열린 한 비공식 친선축구대회였다.

아사쇼류는 이 대회에서 148kg에 이르는 거구를 공중으로 날리며 헤딩슛을 날리는 등 비호처럼 운동장을 누볐다.

이 모습이 TV 전파를 타자 일본 전역은 발칵 뒤집혔다.

아사쇼류(왼쪽)의 7월 경기 장면.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아사쇼류(왼쪽)의 7월 경기 장면.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요코즈나라고 해서 축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서류상 아사쇼류는 축구를 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아사쇼류는 불과 이틀 전 몸이 아파 지방 순회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며 전치 6주 진단서를 스모협회에 냈던 것.

스모협회의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직 정신적으로 원숙하지 않은 26세짜리 청년이 ‘꾀병’을 좀 부린 데 대한 징계치고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중징계를 당해도 싸다”는 반응이 대세다.

여기에는 아사쇼류의 ‘전과(前科)’가 적지 않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고교 시절 일본에 유학 와 스모 선수가 된 그는 지금까지 거친 언행으로 수없이 주간지 지면을 장식했다. 술에 취해 스모선수단 사무실 유리창을 깨는가 하면 경기에서 자신을 이긴 선수의 자동차 백미러를 부순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실력만큼은 발군이었다. 매년 6차례씩 열리는 주요 대회에서 지금까지 21차례나 우승했고, 전승(全勝)으로 우승컵을 거머쥔 횟수만 5차례에 이른다. 사상 최다인 주요 대회 7연패의 금자탑도 쌓았다.

스모협회는 내치자니 실력이 아깝고, 두고 보자니 요코즈나의 품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그를 두고 5년간이나 딜레마로 머리를 싸매 왔다.

스모협회의 고민은 아사쇼류 문제만이 아닌 듯하다. 요코즈나를 외국 선수가 독식하는 현상도 자존심을 건드리는 대목이다.

아사쇼류보다 1대 앞선 67대 요코즈나 무사시마루(武藏丸)는 하와이 출신이고, 7월 또 한 명의 요코즈나로 등극한 하쿠호(白鵬·22)는 아사쇼류와 같은 몽골 출신이다. 3대 연속 외국 출신 요코즈나가 탄생한 것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