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 마님’ 박준면 “청순가련형이라고 못할 거 없죠?”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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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정부(情婦), 정신병자, 간질병 환자, 구타당하는 아내, 공주라 믿는 유령, 230cm 거인병 환자….

대한민국에서 이 모든 배역을 소화한 여배우가 또 있을까. 그동안 맡은 역할을 들여다보니 ‘뚱뚱하고 매사에 시큰둥한 노처녀’ 역은 되레 평범해 보인다.

MBC ‘아현동 마님’에서 둘째 딸 ‘백금녀’ 역을 맡은 배우 박준면(31).

이름은 낯설지 모르지만 그는 뮤지컬과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고교 3학년 때 연극 무대에 올라 배우 경력만 벌써 13년차.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왕곱단 역으로,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선 보험설계사 아줌마로 얼굴을 알렸다. 방송의 일일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쯤 드라마 오디션 전날 과음을 했어요. 술도 덜 깬 채 횡설수설했는데 임성한 작가가 거침없는 솔직함이 적격이라며 캐스팅 했죠.”

주로 작품성 있는 영화와 연극에 나오다 매일 시청자와 만나는 드라마로 ‘전향’한 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

잠시 고민하다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스타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좋은 작품에 좋은 배역을 맡는 게 꿈이었는데 갑자기 대중에게 매일 들이댄다는 게 부담스럽더라고요.

무엇보다 화면에 굉장히 푸짐하게 나올까 봐 걱정했어요.”(웃음) ‘백금녀’는 얼굴도 예쁜 데다 검사이기까지 한 큰언니 시향(왕희지 분)을 끊임없이 질투한다. 한마디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감초 역이다.

임 작가의 대본을 ‘잘 차려진 밥상’에 비유한 그는 “중요한 반찬은 아니지만 맛깔스럽게 밥을 먹는 조연 역할이 즐겁다”고 말했다.

“언니한테 너무 못됐다”는 시청자들의 항의에도 그는 기분이 좋단다.

“욕을 당연히 먹어야 하는 캐릭터고 욕을 먹는 건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실제 3녀 1남의 셋째 딸이라 ‘당했던 대로’ 연기하는 것도 편했다.

이제까지 주로 얄미운 모습을 보여 줬다면 앞으로는 ‘뚱뚱녀’로서의 애환도 보여 줄 계획이다.

뚱뚱해서 서러웠던 적이 있느냐고 묻자 얼마 전 몸무게를 밝혔다가 상처를 받았다며 “제가 그렇게 뚱뚱해요?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요?

건강해 보이고…. 뚱뚱한 게 아니라 조금 퉁퉁한 것일 뿐 전 제 몸을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뚱뚱하면서 개성 있는 여배우, 희소성 있지 않나요? 공주도 해보고 정부도 해보고, 안 해본 건 청순가련형? 그것도 자신 있어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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