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87년까지 광범위한 선거 불법개입"

  • 입력 2007년 8월 1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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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7년까지 각종 선거에 광범위하게 불법 개입해 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종수 한성대 교수)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불법 선거개입 의혹' 등 3개 분야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종수 위원장은 "관련 재판기록과 공적 자료, 전직 간부들의 증언 및 비망록 등을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경찰 등 공무원들이 87년까지 선거에 광범위하게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청 과거사위의 조사 대상은 1960년 3.15부정선거, 1963년 제6대 총선, 1967년 6.8선거, 1971년 제7대 대선과 제8대 총선, 1981년 제11대 총선, 1987년 제13대 대선, 1992년 제14대 총선 등 당시에도 부정 의혹이 제기됐던 선거들이다.

이 가운데 1987년 대선까지는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의 광범위한 불법 개입이 판을 쳤으며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8~1992년에도 지역에 따라 일부 공무원과 경찰의 선거 관련 불법행위가 저질러진 것으로 과거사위는 판단했다.

1987년 당시 강원도 모 지역 경찰서장을 이모 씨는 과거사위 조사에서 "정부 여당으로부터 강원도지사를 통해 정보 형사 활동비를 받은 기억이 있다. 이 돈을 정보과장에게 줘 활동비로 사용하게 했다"며 정부의 지원금으로 선거 관련 첩보를 입수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와 같은 경찰 등 공권력의 불법 선거개입이 절정을 이뤘던 시기는 자유당 정권과 공화당 정권 시절로 공개투표, 대리투표, 투표함 바꿔치기, 금권선거 등 노골적인 수법이 주를 이뤘다.

여당이 경찰의 호구조사 결과를 이용해 유권자 성향을 분석, 선거에 유용하게 활용한 것도 당시 사용된 수법 가운데 하나다.

반면 80년대 이후 민주화의 점진적인 진행으로 노골적인 개입보다는 치안정보 불법 이용과 같은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가 선거를 방해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과거사위는 경찰의 선거개입 가능성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나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공무원 관련법 개정 △헌법상 명시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 △경찰과 타 국가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관련법 개정 등을 제시했다.

과거사위는 또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용공조작 의혹' 분야에 대해서도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경찰은 1994년 말까지 공식적으로 요시찰인을 지정ㆍ관리해왔고 정치인 등 사회 주요인사를 사찰, 청와대에 보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용공조작 의혹과 관련, 정부가 부정선거 시비 등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마다공안사건을 발표해 무더기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잡아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1967년 316건에 그쳤던 국보법 위반 사례가 대선과 총선이 있었던 1968년과 1969년에는 각각 950건, 801건으로 크게 늘었다.

위원회는 "경찰이 공안사건 수요에 따라 조직적으로 대처했으며 정권 유지를 위해 공안사건을 일부 이용해 국민의 인권을 무차별적으로 침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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