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의한 미국의 쇠고기 수출

  • 입력 2007년 5월 30일 15시 27분


코멘트
미국산 쇠고기에서 수입금지된 갈비가 발견됨에 따라 미국측이 한국의 검역 체계 전반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30일 최근 수입된 15t, 490여 박스 분량의 미국산 쇠고기검역 과정에서 뼈를 발라내지 않은 '갈비'로 채워진 두 박스가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번주부터 정부가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을 허용할 지 검토 중이지만, 아직 현행 수입 조건은 '30개월미만, 살코기만'이므로 갈비는 분명히 수입 금지 물질이다.

더구나 이번에 발견된 갈비는 작년말 검출된 수㎜ 크기의 뼛조각들과는 달리 온전한 박스째로 들어와 엑스레이 이물 검출기를 거칠 필요도 없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누가봐도 검역 불합격이 뻔한 쇠고기를 '버젓이' 들이민 미국의 행태에 대해 정작 크게 당황하고 있는 곳은 우리 검역당국이다.

강문일 검역원장은 "갈비가 박스째로 들어온 것은 워낙 명백한 위반이어서 단순실수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해당 작업장에 해명을 요구하고 이번 수입물량의 전량 반송 여부는 보름 정도 뒤 유해물질 정밀검사 결과 종료 시점에 맞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업계가 우리의 현행 검역 규정과 지난해 치열했던 뼛조각 갈등 문제를 잊지 않았다면, 상식적으로 갈비는 한국행 배에 실을 수 없는 부위이므로 단순한 선적과정의 실수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얘기다.

검역 당국 관계자는 "작업장의 해명을 들어봐야겠지만, 만약 단순 실수라고 해도 현재 양국간 쇠고기 검역 문제가 가장 뜨거운 현안인 만큼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작년말 세 차례나 뼛조각이 발견돼 미국산 쇠고기가 모두 되돌아갈 당시에도 농림부와 검역원 내부에서는 미국측의 무성의와 무신경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첫번째 반송이야 우리측 엑스레이 이물질 검사 등 검역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뼛조각 해석 차이 등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양보해도, 수출 의지가 있다면 두 번째 수출분부터는 선적 전에 뼛조각 등에 대한 면밀한 검사를 실시한 뒤 보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측은 대규모 가공 작업 과정에서 뼛조각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고, 한국행 수출분에 대해서만 특별히 이물질 검사 등을 추가로 거치게 될 경우 비용이 늘어나 사실상 교역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측의 주장은 지난달 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이후 뼛조각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검역을 통과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최근 미국측은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받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 등급을 앞세워 우리측에 갈비 등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을 공식 요청했고, 우리측도 검토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갈비 발견과 같은 미국측의 위반 사례가 반복될 경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과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미국측의 바램과 달리 협상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물론 광우병 관련 위험 평가는 현장 조사 등 과학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겠지만,결국 새로운 조건을 원만히 협상하고 합의를 도출하려면 두 나라 사이의 신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