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사신 분” 애도 줄이어… 피천득 선생 빈소 표정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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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수필가 피천득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별세했다. 27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인연’의 수필가 피천득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별세했다. 27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25일 별세한 수필가 피천득 서울대 명예교수를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설가 박완서(76) 씨는 2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늘 저분처럼 살았으면…’ 하고 생각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특히 박 씨는 2001년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서울’에서 강연을 할 때 고인이 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계단을 내려가시는 걸 봤는데 작은 체구에서 모든 것을 털어버린 가벼움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분의 아름다움은 상식적인 미(美)가 아니라 가식 없는 단순미”라면서 “선생의 작품은 두고두고 읽고 또 읽을 수 있는, 마음을 위로하고 정화해 주는 문학”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서울대 문리대 교수 시절 사범대 교수였던 고인과 인연을 맺은 김우창(70) 고려대 명예교수는 “훌륭한 글을 통해 맑고 행복하게 사신 분”이라면서 “정치를 해야 보통 성공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보통 사람’으로 성공하신 분”이라고 돌아봤다. 김 교수는 “한번은 8시간으로 예정된 특강을 하셨는데 2시간을 넘기셔서 10시간 강의료를 드렸더니, 2시간분을 돌려주시더라”며 소박하고 솔직했던 고인 생전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정운찬(60) 전 서울대 총장은 “이렇게 일찍 돌아가실 줄 몰랐다”며 “얼마 전 나의 대선 불출마 소식을 전해 듣고 선생께서 만세까지 불렀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원 시절 고인에게 수학한 황동규(69) 시인은 “글도 아름답고 인간도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이 가셨다”며 애도했다.

강영훈(85) 전 국무총리도 빈소를 찾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평소 고인의 작품을 많이 읽고 흠모해 왔다”고 말했다.

김재순 전 국회의장과 소설가 조정래 씨는 26일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의장은 “고인은 한 번도 시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던 사람”이라며 “문학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우리 사회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밝혔다. 조 씨는 “선생은 부자로 사는 것보다 약간 모자라게, 남을 속이지 않으면서 사는 것을 바랐고 실천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고인이 애지중지 사랑한 딸 서영(미국 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씨는 부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22일 귀국해 부친의 곁을 지켰다. 서영 씨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인의 유해는 29일 장례미사에 이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과 관악산 노제를 거친 뒤 장지(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모란공원)로 옮겨진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그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고인은 어떤 유언도 유고도 남기지 않았으며 편안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은 전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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