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천일]국영방송 정치선전 도구화 안된다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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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채널 한국정책방송(KTV)이 참여정부평가포럼 이병완 대표의 특강을 방송하는 것이 논란을 빚고 있다. 국영채널이 특정 정치세력 띄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논란의 핵심은 국가가 공공 목적으로 이용해야 할 국영방송 채널을 특정 세력을 위한 정치선전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V의 운영 주체인 국정홍보처는 현 정권의 올바른 평가와 홍보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전국 조직체로 정치세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포럼의 대표 특강을 연속 방송하는 것은 국정 홍보와는 전혀 별개의 차원이다.

KTV 참평포럼대표 특강 논란

국정 홍보란 국가가 국민의 의견을 인지해 정책을 반성하고 개선하는 데 주 목적을 두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호의와 신뢰를 얻으려는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인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대국민 직접 국정홍보’라는 미명 아래 주류 언론을 외면하면서 국민에게 국·공영방송 채널과 인터넷을 활용한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해 왔다.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범국가적 차원의 홍보라기보다는 정권 보호 내지 대통령 감싸기를 위한 선전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국정 홍보는 정책 입안 단계부터 여론을 수렴해 초안에 반영하고, 정책 발표 전부터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구해 국가 행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고도의 국가 경영 전략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KTV의 이 대표 특강 연속 방송 해프닝은 마무리 시점에 와 있는 정부가 일방적 강제적으로 국민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영채널을 선전 도구화하는 듯한 인상도 강하게 주고 있다.

지난해 방송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고나 방송발전기금 등 공적 재원을 근간으로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국·공영 방송채널은 무려 11개에 이른다. 이는 방송의 공적 영역을 축소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는다. 채널 간 기능이 중복되고 이에 따른 국민의 혈세 낭비도 크다.

임원 수를 과다하게 책정해 정치적 보은 내지는 낙하산 인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한 해 80억여 원의 국고 지원으로 운영되는 KTV의 직원은 102명이고 임원은 8명이다. 직원 5500여 명 국내 최대 방송사인 KBS의 임원이 9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KTV는 국회방송, 방송대학TV와 함께 의무전송채널로 지정돼 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사업자는 반드시 KTV를 송출해야 한다. 다양한 지원과 혜택 속에 방만하게 운영되는 KTV가 방송 내용에서까지 편향성을 보이며 정치적인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다면, 국정홍보 체제의 혁신과 국가 방송체제 전반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주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권 홍보와 국정홍보 구별해야

이미 유력한 대선주자들은 ‘국정홍보처 폐지’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국정 홍보란 국민 다수의 요구사항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정부 정책에 반영하고 그 정책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한 것임을 알리는 과정이다. 국민이 이에 대해 공감할 때 정치가 안정되고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국정홍보처는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띄운다는 편파방송 의혹을 받아 마땅하다. 국정 홍보는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정보 제공 형태를 띠어서는 안 된다. 특히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내고,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정 홍보가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길 간절히 바란다.

박천일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바로잡습니다]본지 5월 21일자 A35면▼

본지 5월 21일자 A35면 ‘국영방송 정치선전 도구화 안 된다’ 제목의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의 시론 중 ‘KTV에 8명의 임원이 있다’는 내용은, ‘KTV는 국가기관으로 임원이 없으며, 따라서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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