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영원을 나의 오두막에… 이성자 화백 구순기념展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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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단에서 자기 세계를 쌓아 온 이성자 화백이 구순을 맞은 기념전을 고국에서 연다. 1998년 ‘원로작가 초대전’ 이래 19년 만이다.

이 화백은 6월 10일까지 ‘우주의 노래’라는 타이틀로 갤러리 현대(02-734-6111)에서 1990년부터 최근작까지 5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작은 ‘수성의 도시’ ‘화성에 있는 나의 오두막’ 등 우주 즉, 무한과 영원에 대한 작가의 식지 않은 열망을 드러내 보인다.

우주 시리즈는 작가가 1990년대부터 추구해 온 것으로, 다양한 색과 크기를 가진 점들이 수천 개의 물방울처럼 화면에서 유영한다. 그는 무한의 우주에 오두막을 짓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린다며 요즘도 하루 3∼4시간씩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1951년 단신으로 파리로 건너간 이 화백은 ‘구상과 추상’ 연작에서 출발해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대지와 여성’, 뉴욕의 빼곡한 마천루에서 영감을 얻은 ‘겹침과 도시’를 비롯해 ‘대척지로 가는 길’ 등으로 작품 세계를 넓혀 왔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여자이기 때문에 한국의 흙과 여자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의식하고 있다”며 “내 작품에는 이러한 의식이 조형 감흥으로서 즐겁게 반영되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1938년 일본의 지센여대를 졸업한 뒤 결혼해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됐으나 가정불화를 겪으며 서른네 살 때 파리로 가서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회화와 목판화 부문에서 인정받으며 동서양의 간극을 좁힌 ‘동녘의 여대사’로 불렸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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