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 숨은 예술혼을 건지세요… 전남 진도 운림산방 토요경매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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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운림산방’에서 19일 열린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 토요일마다 열리는 이 경매에는 한국화 문인화 서예 등 한국 전통을 담은 작품이 30점씩 나온다. 진도=허엽  기자
전남 진도 ‘운림산방’에서 19일 열린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 토요일마다 열리는 이 경매에는 한국화 문인화 서예 등 한국 전통을 담은 작품이 30점씩 나온다. 진도=허엽 기자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전남도립국악단의 임서연 씨가 ‘진도 아리랑’을 한가락 뽑았다.

곧 전남도청 문화예술과 서선숙 씨의 진행으로 경매가 이어졌다.

여러 작품이 계속 유찰되는가 싶더니 28만 원에 시작한 양홍길 씨의 작품이 두 차례 경합 끝에 32만 원에 낙찰됐다.

커다란 ‘징’ 소리가 낙찰을 알린다.》

전남 진도군 첨찰산의 품 안에 안겨 있는 운림산방(雲林山房)에서 19일 열린 제41회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 현장.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小癡 許鍊)이 말년에 거처하던 화실의 당호로 남종 문인화의 태실이다. 소치의 묵향이 가시지 않은 초가와 소치의 예술혼을 적셔 주던 연못(오심천)이 문인화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빚어낸다. 오심천은 조선 사대부가의 연애담을 그린 영화 ‘스캔들’을 찍었던 곳이기도 하다.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는 전남도청이 한국화 문인화 서예 부문 지역 작가들의 작품 30점을 매주 토요일 경매에 올리는 행사다.

전남도는 2005년 10월 ‘남도예술은행’을 설립해 작품을 구입한 뒤 30∼40% 할인해 경매를 시작한다. 지난해까지 1억7000만 원을 들여 568점을 구입했으며, 올해에는 연말까지 3억 원을 더 투자할 계획.

이날 경매에는 40여 명이 참가했다. 대부분 전문 컬렉터가 아니라 관광객이고, 작품 가격도 대부분 40만 원 안팎이다. 경매에 나온 작품들은 목포 유달산 등 전남의 풍광을 담은 수묵화,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를 전하는 문인화, 한국화의 경계를 넓히려는 실험작 등 다양했다.

낙찰된 작품은 8점으로 총액은 270만 원. 수십억 원이 오가는 서울의 옥션에 비할 바 못 되지만, 그래서 한국 전통 예술의 맥을 이어 가는 ‘장터 풍경’은 더 운림산방의 정취와 잘 어울렸다.

정경호 씨의 ‘월출산 오월’을 37만 원에 산 손길자(63·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악산으로 알려진 월출산의 웅장한 자태가 마음에 들었다”며 “은퇴한 뒤 진도에 자주 오는데 이곳 경매는 ‘진품’임을 믿을 수 있는 데다 가격이 저렴해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규재(26·경기 수원시 팔달구) 씨는 박인희 씨의 ‘노송’을 21만 원에 구입했다. 그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에 왔다가 우연히 참가했다”며 “그림을 수집하시는 아버님 선물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목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정성봉(28) 씨는 미술품 경매의 투자가치를 내다보는 경우. 그는 “친구들과 자주 찾아와 투자 차원에서 작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용욱 씨의 ‘마음이 머무는 곳에’를 41만 원에 구입했고, 경매가 끝난 뒤 다시 박대용 씨의 작품을 한 점 더 구입했다. 진도 출신 소설가인 곽의진 씨는 박득규 씨의 ‘봄’에 대해 “내가 사는 곳과 너무 닮아 갖고 싶다”며 작품을 두 번이나 다시 보았다.

하경남 문화예술과장은 “평소 서너 점밖에 안 나가는 데 비해 오늘은 많이 낙찰된 편”이라며 “한 사람이 참가하더라도 경매를 계속해 이곳을 한국화 경매의 트레이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도=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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