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방]아다치 미쓰루 ‘H2’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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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열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동점타와 역전타를 맞고 눈물을 흘리던 한 투수 이야기가 화제다. 냉혹한 승부 앞에서 눈물을 보인 소심한 승부사에게서 사람들은 잃어버렸던 순수와 열정을 찾은 듯 박수를 보냈다. 오랜만에 만나는 야구의 감동이다.

야구의 감동을 담은 만화는 수없이 많다. 그중 아다치 미쓰루의 ‘H2’는 순수와 열정, 애틋한 승부의 드라마를 담은 최고의 작품이다. 1992년 일본의 ‘소년선데이’에 처음 연재를 시작해 1999년 총 34권 분량으로 완결됐고 TV드라마로도 방영돼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국내에는 해적판으로 처음 선보였다가 공식 번역판에 이어 최근 새로운 장정과 편집으로 완전판이 출시되고 있다.

절친한 친구사이인 히로와 히데오, 히로의 소꿉친구이자 히데오의 연인이 된 히카리, 그리고 히로를 사랑하는 하루카. 일본 최고의 야구대회인 고시엔을 중심으로 이들 4명의 소년소녀가 펼치는 우정, 사랑 그리고 승리의 드라마가 ‘H2’다. 제목은 두 명의 영웅 히로와 히데오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전국 제일의 투수와 타자는 늘 마주 보고 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히카리는 늘 친구이자 연인 또는 연인 같은 친구들의 대결을 관중석에 앉아 지켜봐야 한다. 히카리 앞에 서면 늘 최고가 되는 두 사람의 승부. 그들의 삼각연애를 표 나지 않게 지켜 주는 하루카까지. 상처 받기 쉬운 나이에 누구나 느껴봤을 이 복잡다단한 관계 속에서 독자들은 어느 한 주인공의 응원자가 되어 가슴 뭉클한 설렘과 감동에 빠져든다.

국내 유명 모던록 밴드인 델리스파이스 역시 이 이야기의 감동에 빠졌던 많은 독자 중 하나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고백’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중 2때까지 늘 첫째 줄에 겨우 160이 됐을 무렵/ 쓸 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친구인 채였다면 오히려 즐거웠을 것만 같아/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로 이어지는 노래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히로와 히카리의 속내를 그대로 담아냈다. 사랑한다고 미리 말했더라면 내 사랑이 되었을지도 모를 그 사람에 대한 연민이다.

사랑, 우정, 승리라는 소년만화의 영원한 테마를 담아낸 이 작품은 앞으로도 더 많은 독자에게 다시 읽힐 것이다. 이전 세대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도 그 감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 ‘H2’는 일본 소년만화의 영원한 정전 중 한 편이다.

우리 만화에도 이 같은 감동과 작품성을 담은 정전이 필요하다. 언제고 다시 읽고 세대간 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 필요하다. 위대한 우리 만화의 정전을 꼽아 봐야겠다.

박석환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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