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8>신세계…삼성보다 더 삼성스러운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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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세계는 정말 놀라운 기업이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현명한 전략 등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거 부회장이 이달 6일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2 지난달 17일 주식시장에서 큰 이변이 연출됐다. 대표적인 내수(內需)기업인 신세계 주가가 국내 최고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를 추월한 것. 이날 주가는 신세계 60만9000원, 삼성전자 59만3000원이었다.》

■ ‘제2 전성기’ 맞은 유통 종가

〈1〉 선택과 집중

요즘 신세계는 이른바 ‘잘나가는’ 기업이다. 실적이 좋아 주가가 많이 올랐고, 해외 유명 투자가들에게서도 호평을 받는다. 국내외에 새 점포를 내고, 명품 아웃렛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1960, 70년대 ‘유통 종가(宗家)’로 군림하다가 1980년대 이후 롯데와 현대백화점에 밀려 유통업계 3위로 떨어졌던 신세계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신세계는 1990년대 초 경쟁사인 롯데가 백화점에만 치중하고 있을 때 ‘할인점’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신세계가 할인점 사업에 뛰어든 데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1980년대 이후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백화점을 주력 사업으로 키웠던 것에 비해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신세계는 사정이 달랐다. 그룹 내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 백화점 투자가 여의치 않았다.

그 결과 신세계는 롯데는 물론 후발 주자였던 현대백화점에까지 밀리는 ‘치욕’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신세계가 부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1991년 11월 삼성그룹에서 신세계가 사실상 분리되면서 각종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투자가 자유로워진 신세계는 1992년 12월 서울 천호점을 열고, 신규 점포용 용지도 많이 마련했다. 하지만 투자가 미진했던 1970년대에 이미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했던 경쟁사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내놓은 ‘승부수’가 할인점.

첫 작품은 1993년 11월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문을 연 ‘이마트 창동점’이었다.

창동점의 성공으로 할인점 사업에 자신을 얻은 신세계는 곧바로 주력 사업을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바꿨다. 경기 군포시 산본, 대구 성서, 전북 전주, 충북 충주 등에 마련한 백화점 터에 백화점 대신 이마트를 지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

여기에다 기존 중소유통업체의 점포나 땅을 인수해 매년 10여 개의 할인점 점포를 확보했다. 그 결과 신세계는 현재 전국적으로 영업 중인 이마트 점포 106개를 통해 국내 할인점 시장을 사실상 석권했다.

신세계는 국제 유통업계에서 고객 눈높이에 맞춰 ‘한국형 할인점’을 사실상 새로 만든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월마트나 까르푸 등 외국 할인점이 추구하는 창고형 매장을 과감히 바꿔 진열집기 높이를 낮추고, 매장 환경을 밝게 하는 등 백화점식 인테리어로 승부를 걸었다. ‘싸면서도 쾌적한 쇼핑 환경’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꿰뚫은 것.

그 결과 창고형 매장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변신을 소홀히 했던 월마트나 까르푸 등 외국계 할인점들은 국내에서 맥을 추지 못한 채 짐을 싸야 했다.

신세계의 차별성은 중국 시장에서도 빛을 발했다.

신세계는 1997년 2월 중국 상하이(上海)에 이마트 단독 점포인 취양(曲陽)점을 내면서 중국 진출을 시작해 현재까지 상하이에 5개, 톈진(天津)에 2개 등 모두 7개의 이마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는 중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거북, 개구리, 양고기, 생선머리 등 이색상품을 고객이 직접 만져 보고 원하는 부위를 골라 살 수 있도록 해 호평을 받고 있다.

〈2〉뿌리는 삼성… 관리 중시하는 기업 문화

신세계 본점 1층 로비에 가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흉상이 있다. 이 창업주가 1963년 7월 동화백화점을 인수해 신세계백화점을 출범시킨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

이 창업주 흉상이 말해 주듯 신세계의 뿌리는 삼성그룹이다. 이명희 회장은 이 창업주의 딸이고, 구학서 부회장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임원은 물론 부장급 이상 간부들도 대부분 삼성그룹 공채를 거쳐 신세계에 둥지를 틀었다.

이 때문에 신세계 기업 문화는 ‘관리’를 중시하는 삼성그룹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계에서는 신세계가 ‘삼성보다 더 삼성스럽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 특유의 완벽함에 유통업계의 섬세함까지 더해져 삼성보다 더 세련되게 일처리를 한다는 평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여동생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남매가 최근 아버지인 정재은 명예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신세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깔끔하게 내 ‘편법 증여’ 시비를 원천적으로 없앤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깔끔함’이 지나쳐 “신세계 임직원들은 인간미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 짜여진 틀 속에서만 업무를 하다 보니까 융통성이 없고 큰일이 터졌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약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가 과제

신세계가 지금은 잘나가고 있지만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신세계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국내 ‘할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

실제로 연도별 전년 대비 할인점 시장 증가율은 2002년 26.2%에서 지난해에는 8.3%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롯데나 현대백화점 등 경쟁업체들이 보유한 홈쇼핑 업체가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상품 유통 채널이 적어 급변하는 미래 시장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나홍석 굿모닝신한증권 수석연구원은 “신세계가 그야말로 눈부시게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힘을 쏟고 있는 중국 시장 개척과 미국 첼시와 합작으로 6월 1일 경기 여주군에 문을 여는 고급의류 할인판매점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도 이 같은 새로운 동력 찾기의 하나로 꼽힌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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