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헌법 부활” 佛-獨 의기투합

  • 입력 2007년 5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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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유럽연합(EU)이 마비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U헌법이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후 EU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상황을 그가 ‘마비 상태’로 표현한 것은 EU헌법의 부활에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언론들은 신임 프랑스 대통령이 직무를 시작한 날 독일로 가서 총리를 만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우선 프랑스와 독일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가 변함없이 굳건하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으로 해석됐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우호 관계는 신성한 것이며 아무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현 EU 의장국으로서 EU헌법 부활에 전력을 다하는 메르켈 총리에게 지지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52세 동갑내기인 두 정상이 의기투합함으로써 EU헌법 부활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EU헌법의 중요 조항만 떼어내 ‘미니 조약’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27개 회원국에서 큰 진통 없이 통과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다. 메르켈 총리도 이 아이디어에 동의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새 조약이 만들어지면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고 통과 가능성이 높은 의회 표결에 부치겠다고 공언했다.

두 정상은 EU헌법 부활 문제 외에도 두 국가 간 연대를 통해 EU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후 협상에 능한 메르켈 총리와 드러내 놓고 다투기를 좋아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서로를 잘 보완할 파트너로 꼽힌다. 보수주의, 친미, EU 확대 반대 같은 공통분모도 많아 두 정상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사르코지 대통령은 17일 온건 보수주의자인 프랑수아 피용(53) 씨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피용 총리는 교육장관을 지냈고 사르코지 대통령 측 인사들 가운데 좌파로부터 가장 거부감이 적은 인물로 평가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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