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와 스트레스에 병드는 일본 직장인들

  • 입력 2007년 5월 17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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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일본 사이타마(埼玉) 현의 한 가정집에서 N대학병원 인턴으로 근무하던 여성 A씨(당시 26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들이 자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병원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A씨는 주당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을 크게 웃도는 72.8시간씩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행정당국은 '과로로 인한 자살'이라는 가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A씨의 사례와 같은 '과로 자살'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의 집계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일본에서 819명이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장애를 앓게 됐다며 업무상 재해 인정 신청을 냈다.

노동당국은 이 가운데 205명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신청과 인정건수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특히 정신장애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205명 중 66명은 '과로 자살'(1명은 자살 미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57%나 늘어난 수치로 역시 사상 최고치다.

대기업인 후지쓰에서 의료사무시스템 조작매뉴얼 작성 업무를 하던 중 2002년 3월 회사 기숙사에서 목숨을 끊은 B씨(당시 28세)도 '과로 자살'을 인정받은 사례에 속한다.

2000년 후지쓰에 입사한 B씨는 자살 직전 1개월 동안 철야를 포함해 180시간이 넘는 시간외 근무를 했다. 업적부진과 구조조정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고 주변에 호소했다는 것.

과로자살을 포함한 정신장애형 업무상 재해의 직종별 구분을 보면 시스템 엔지니어와 의료종사자 등 전문기술직이 60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가 전년보다 44명이나 증가한 83명으로 전체의 40% 가량을 차지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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