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이 순간!]‘와일드 이노선스’&‘넥스트’

  • 입력 2007년 5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진 제공 이모션픽처스
사진 제공 이모션픽처스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죽음의 비너스” 그녀를 설명하는 한마디▼

‘마리 테레즈는 어둠의 항성이다. 그녀는 주위의 남성을 끌어당긴다. 죽음의 비너스. 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혐오하면서 동시에 매혹된다. 그것이 야기하는 매혹과 두려움 때문에 그녀의 삶은 짐이 되고 그녀를 지겹게 한다. 마리 테레즈는 잃어버린 기회의 연속이다.’

영화 ‘와일드 이노선스’에서 영화감독 프랑수아가 사랑하는 여배우 루시에게 자신의 영화 속 주인공 마리 테레즈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이 장면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영화와 현실은 하나로 뒤섞인다. 마리 테레즈는 프랑수아의 자살한 옛 애인을 투영한 인물이자 현실의 애인인 루시가 실현해야 할 이미지다.

이미지는 늘 현실보다 강하다. 절망한 루시의 선택은 영화 속 마리 테레즈처럼 마약에 빠져드는 것이다. 마약에 반대하는 영화를 만들면서 마약 배달로 제작비를 마련하는 프랑수아처럼 그들에게 삶은 아이러니 가득한 어둠의 항성이다.

프랑스 철학가 질 들뢰즈가 가장 위대한 현대 감독으로 꼽은 필리프 가렐(59)의 작품 중 한국 관객에겐 첫선을 보이는 ‘와일드 이노선스’. 2001년 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이 흑백영화는 영화 연출의 교본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2분 후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17일 개봉하는 영화 ‘넥스트’는 ‘같기도’의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2분 후 미래를 알 수 있는 마술사 크리스 존슨(니컬러스 케이지)의 ‘왔다 갔다’ 시공 초월 장면은 처음엔 우스꽝스럽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식으로 관객들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의 예지력이 극에 달한 장면은 바로 리즈(제시카 비엘)를 만나는 장면. 레스토랑에 들어온 리즈에게 반한 존슨은 일단 다가가서 남자답게 말한다. “저 합석 좀 해도 될까요?” 그러나 리즈는 곧바로 썩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됐거든요. 나중에….” 그 순간 갑자기 휙∼ 하며 바람이 분다. 역시나 그의 2분 후 상상이었다. 덜컥 대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존슨. 갑자기 리즈의 전 남자친구가 등장해 행패를 부린다.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존슨은 다가가 그를 마구 두들겨 팬다. 그러나 리즈의 반응은 “아니, 당신 뭐야” 식. 그 순간 또 바람이 불며 그의 두 번째 상상임을 알려준다. 이도저도 안 통한다는 것을 안 존슨. 그의 최후 선택은 바로 보호본능 유발. 그는 그냥 다가가 리즈의 남자친구에게 두들겨 맞는다.

어쨌든 리즈의 환심을 산 존슨. 전 세계 관객들을 상대로 스크린에서 ‘같기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미래를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섬뜩하기도 하다. 100전 100승 연애의 모습이….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