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후보 자녀들 지원유세’유권자 표심에 한몫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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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딸이 대학 구내에서 아버지 지원 연설을 하는 장면이 TV로 방영됐다(2004년).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은 인준 청문회에서 딸과 그 남자친구까지 상원의원들 앞에 소개하고(2005년), 의회 개원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코흘리개 손자 손녀들이 의장 단상을 점거했다(2007년)….

이처럼 미국 정계에서는 정치인의 2세, 3세들이 선거나 청문회, 축하 행사를 통해 일반인에게 알려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나서선 안 된다’는 금기란 없다. 특히 선거 때 ‘자녀 점수’는 무시하지 못할 항목이다.

2008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인 요즘 미트 롬니(60)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공화)의 다섯 아들은 여러 대선 후보의 가족 중 가장 적극적인 ‘원군’으로 꼽힌다. 이들은 ‘롬니의 다섯 형제들’이라는 공동 블로그도 개설해 ‘왜 모르몬교가 자랑스러운가’를 설명하고 명사(名士) 자녀들로서의 생활 일부를 공개했다.

롬니 후보가 고교 때 만나 결혼했고 38년간 살아온 아내와 다섯 아들의 가족애야말로 후발 주자인 롬니의 지지율 상승에 큰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특히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인 장남 태그(37) 씨는 프로야구 LA 다저스 마케팅책임자 자리를 던지고 아버지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민주)의 맏딸 케이트(25) 씨는 2004년 아버지의 출마 때 그랬듯 지금도 학업과 선거운동을 병행한다. 하버드대 법대 재학생인 그는 암 투병 때문에 외부활동이 편치 않은 어머니의 공백을 충분히 메워 준다.

어린 나이 때문에 선거의 제3자로 남는 자녀들도 있다. 79학번 나이인 버락 오바마(46) 상원의원(민주)은 두 딸이 각각 8세, 6세다. 오바마 부부는 지난달 CBS방송에 출연해 “아이들은 선거가 뭔지 잘 모르지만, 이기면 강아지를 사준다는 약속 때문에 승리를 누구 못지않게 기원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대통령후보의 자녀는 백악관 생활을 8년간 했던 힐러리 클린턴(60) 상원의원(민주)의 딸 첼시(27) 씨. 뉴욕 월가의 한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그는 어머니가 최종 승자가 될 경우 생애 두 번째 백악관 입성이 가능하게 된다.

10대의 대부분을 언론의 집중조명 속에 백악관에서 보낸 그는 ‘사생활’과 ‘가족 지원’의 선을 분명히 긋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선거에서도 막판 지원에 그칠 것으로 점쳐진다.

성인인 자녀의 도움을 전혀 못 받는 경우도 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공화)은 2번의 이혼 과정에서 전 부인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지만 이들은 뉴욕타임스 인터뷰 때 “아버지 선거를 돕지 않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아버지는 우리 곁에 없었다”는 이들의 말이 가족의 힘을 중시하는 공화당 유권자 사이에선 줄리아니 전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줄리아니 캠프의 홈페이지에도 가족란에서 이들의 이름이 빠져 있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민주)는 자녀가 없다. 존 매케인(71) 상원의원(공화)은 방글라데시에서 입양한 딸을 포함해 7남매를 두었다. 그러나 이들이 언론에 공개되는 일은 거의 없어 선거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정치인보다 자녀가 2배 정도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공화당 후보 9명은 평균 자녀 3.4명을 뒀고, 민주당 후보 7명의 자녀는 평균 1.7명이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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