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유혹…“봄-여름 금기색상은 옛말”

  • 입력 2007년 5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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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블랙 스파이더맨처럼 블랙 자동차와 블랙 가전제품의 열풍이 뜨겁다. 스파이더맨이 검은 옷의 유혹에 사로잡히듯 업체들도 매혹적인 블랙으로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더워 보이고 식욕을 떨어뜨리는 블랙은 봄과 여름엔 금기시되는 색상으로 꼽히지만 올해에는 명품의 대표 색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

○ 블랙의 재해석

블랙은 반짝거리는 광택과 만나 화려함의 극치를 뽐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간판 차종인 쏘나타의 판매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차량 내외부를 블랙으로 꾸민 ‘쏘나타 블랙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겉은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블랙으로 칠하고 내부 시트는 블랙 가죽에 레드 스티치(바느질)를 박아 명품 차 이미지를 꾀했다.

현대카드는 국내 최고의 금속공예 장인들이 표면을 디자인한 슈퍼 프리미엄 신용카드 ‘더 블랙’을 선보였다. ‘더 블랙’은 제작비가 한 장당 4만4000원으로 기존 카드보다 80배 이상 비싸다. 이 카드는 연회비 100만 원 이상을 내는 최상위 고객 9999명에게만 제공된다.

고가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도 ‘블랙으로 귀환’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텔의 차세대 플랫폼 ‘산타로사’를 얹은 최신형 노트북에 고광택 블랙을 기본 디자인으로 채택했다. ‘산타로사’ 노트북은 기존 노트북보다 무선랜 속도가 최대 2.5배, 부팅 속도는 20% 빨라졌다.

LG텔레콤은 기존 저가 휴대전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광택 블랙을 입힌 50만 원대 캔유 ‘블랙’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택이 나는 블랙은 먼지와 얼룩에 약해 관리하기가 까다롭지만 질리지 않는 고품격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는 최고”라고 말했다.

○ 블랙의 영역 파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제품에 검은 옷을 입힌 ‘블랙의 역발상’도 인기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시원한 느낌을 줘야 할 에어컨에 블랙 색상을 도입했다. 2007년형 ‘하우젠 에어컨’은 기존의 앙드레 김 디자인에 블랙 바탕을 깔았다. 파격적인 디자인 덕분에 삼성전자는 1분기(1∼3월)에 사상 처음으로 국내 에어컨 예약 판매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청호나이스는 신제품 ‘이과수 얼음정수기’에 검은색을 입혔다. 부방테크론은 검은색과 은색을 조합한 ‘리홈 블랙&실버 나인 클래드’ 압력밥솥을 선보였다.

지난달 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구박람회에서 색상 트렌드는 단연 ‘블랙&화이트’. 고가 제품일수록 블랙 제품이 많았다. 이러한 경향에 맞춰 에넥스는 5000만 원대 최고급 부엌가구 ‘블랙 실버’를 만들었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블랙은 디자인을 중시하는 젊은층을 겨냥한 성격이 강하다”며 “블랙에 대한 역발상이 흥미롭고 단일 색상으로 통일된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면서 블랙 제품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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