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러먼 휘 “아빠가 된 슈렉…이젠 어깨 무거워졌죠”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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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체구, 그리고 동안(童顔).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3’의 공동감독을 맡은 애니메이터 러먼 휘(43·사진) 씨는 20대라 해도 손색없는 앳된 얼굴로 기자를 압도했다. “보고 배운 게 만화뿐”이라지만 18년간 슈렉의 공동제작사인 PDI에서 광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온 것 자체가 동안의 비결이 아닐까? 그를 11일 오전 홍콩 퀄룽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슈렉과 피오나 공주 등 못생긴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로 ‘팝 문화’ 비틀기가 전편의 핵심이었다면 3편에서는 가족, 책임감 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국내에서도 1편이 240만 명(2001년), 2편이 340만 명(2004년)을 각각 기록하며 인기를 얻은 슈렉. 3편은 못생긴 커플의 달콤한 신혼 생활부터 시작된다. 그러던 중 피오나 공주의 아버지인 ‘겁나먼 왕국’의 해럴드 왕은 “먼 친척 아서 왕자에게 왕위를 계승하라”는 유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것. 그러나 슈렉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차밍 왕자 무리들이 마을을 습격하려 한다. 올해로 6년째를 맞는 슈렉 시리즈. 감독은 이번엔 ‘책임감’에 대해 논하려 했다.

“피오나 공주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슈렉이 악몽을 꾸는 장면은 아버지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이죠. 또 왕이 되길 꺼리는 아서 왕자는 ‘왕위’에 대해 내적 갈등을 겪고 스스로 ‘패배자’라 여기는 악당들도 이를 떨쳐버리기 위해 일을 저지릅니다. 어느덧 다들 성장한 셈이죠.”

반면 주제 의식 때문일까? 전작들이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디즈니식 만화를 뒤틀어 승부를 걸었던 것에 반해 3편은 교훈적이다. 이로 인해 “슈렉 만의 참신함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 “교훈을 주되 최대한 이를 가볍게 다뤘다”는 것이 감독의 주장이다.

그는 “함께 만든 애니메이터들 중에 한국인도 있다”며 그들의 이름이 적힌 큰 종이를 직접 들고 나왔다. 제작 과정에서 이들의 자녀들을 앉혀 놓고 반응을 살폈다. 슈렉 속에 숨겨진 동양적 요소는 그에게도 흥미로운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서양인들과 섞여 영화를 만드는 것도 동양적인 것을 고수하기 위한 것이죠. 그것이 곧 슈렉의 성공 요인이기도 합니다. 2010년에 나올 슈렉 4편 때도 마찬가지겠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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