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로마의 영광, 제국의 광기…‘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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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제1권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제2권 네로의 비밀 제3권 티투스의 승부수/막스 갈로 지음·이재형 옮김·각 권 328∼400쪽·각 권 9800원·위즈덤하우스

세련되고 우아한 문명을 이뤘지만 동시에 야만적이고 폭압적이었던 국가. 로마는 후대의 정치가와 사가, 예술가들을 언제나 들뜨게 했다.

정무차관과 정부 대변인을 지내는 등 정계에서 활약했고 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친 사학자이기도 한 막스 갈로가 로마에 매료된 것은 자연스럽다. 인물 묘사가 장기인 히트 작가 막스 갈로가 이번엔 로마의 유명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드라마틱한 제국의 역사를 훑었다.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폭군 네로, 정복자 티투스…. 인물마다 한 권씩 할애한 이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는 뛰어난 이야기꾼의 솜씨답게 술술 읽힌다. 그렇다고 ‘재미난 소설’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물들의 극적인 삶뿐 아니라 권력 투쟁과 계급 갈등, 성적 타락 등 로마 사회의 그늘이 촘촘히 엮여 있다.

첫 권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은 노예를 ‘말할 수 있는 짐승’으로 취급한 공화정 말기 사회를 보여 준다. 로마의 노예 시장은 ‘실팍한 검투사 스파르타쿠스와, 원하는 남자에게 입을 벌리는 여인 아폴로니아와, 모든 치료법을 알고 있는 유대인 자이르를 다 합쳐서 30탈렌트에 파는 곳’이다. 노예가 사치스러운 삶의 발판이었던 사회에서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은 당연한 것이었다. 노예들은 곧 짓밟혔지만 자유를 향한 열정은 책과 영화, 무용 등을 통해 두고두고 기억됐다.

‘네로의 비밀’에서 황제 네로는 의심이 가면 어머니와 아내마저도 죽이는 사람이었으며, 한편으로는 황제로서의 위엄도 팽개치고 기꺼이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대중을 의식하는 ‘광대’ 기질과, 부모도 죄의식 없이 죽여 버리는 ‘광기’를 한 몸에 지닌 인간 네로를 조명한다. 이 극단적인 인간의 얼굴이 실은, 관대하면서도 잔인할 수 있는 모든 인간과 다르지 않다고 저자는 은밀하게 전한다.

‘티투스의 승부수’에서는 유대인에게 자비를 베풀려는 티투스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유대인의 갈등을 그린다. 이 소설은 전투 끝에 이룬 승리를 치하하는 내용이 아니다. 유대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 순번을 정해 차례로 앞사람의 목을 벨 정도로 극단적이었다. 참혹한 전투 장면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란 무엇인가’이다.

이 소설은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힘을 가진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고 권력은 쾌락과 등가이며 성공과 도덕이 같은 말이었던 로마의 그늘진 모습은, 기술이 발달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 부패와 타락으로 신음하는 현대 사회와 다르지 않다.

“나는 잔인한 행동을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고, 그래서 하나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의 현실 속에 내던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로마의 폭정과 야욕을 지켜본 소설 속 화자 세레누스의 이 말은 현대에도 유효하다. 3권까지 나왔으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콘스탄티누스’ 편도 곧 나올 예정이다. 원제 ‘Les Romains’(2006년).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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