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돼 다시 만나자" 이산상봉 가족들 작별 인사

  • 입력 2007년 5월 11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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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돼 다시 만납시다." "100살까지 사십시오."

제 15차 이산가족 1회차 상봉행사에 참여한 남북 가족들은 11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눈물과 한숨 속에서 작별 상봉을 하는 것으로 2박 3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 등 특수 이산가족을 포함한 남측의 99 가족은 이날 북측 가족들과 저마다 손을 잡고 기약도 없는 '다시 만날 날'을 다짐하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대성호 납북어부인 김홍균(62) 씨를 39년 만에 만난 어머니 이동덕(88) 씨는 "홍균이가 나를 보고 싶을 때마다 담배를 피웠다고 하더라. 그래서 막 뭐라고 나무랐다"면서 "다시 만날 때까지 술·담배 끊고 건강하게 있으라고 당부했다"고 각별한 모정(母情)을 표했다.

홍균씨의 동생 강균(54) 씨도 "형님이 살아계신 것을 알았으니 한은 풀었다"고 상봉 소감을 밝혔다.

홍균 씨는 어머니와 헤어지기 전 담담한 표정으로 "어머니 울지 마세요. 어머니 100살까지 사십시요. 통일되면 다시 만납시다. 통일이 머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으나 어머니와 동생을 태운 버스가 떠나는 순간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사망한 납북자·국군포로 가족들도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끝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6·25전쟁 중 사라진 형 정용진(73) 씨의 가족을 만난 정혁진(72) 씨는 가계도를 그려 보이며 북측 조카들에게 가족의 돌림자 순서를 설명해줬으며, 역시 피랍된 형의 뿌리를 찾은 이양우(75) 씨는 북녁 조카들에게 "형님 제사 잘 모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남측 최고령자 고면철(98) 할아버지와 만난 북측 자녀들은 100세를 목전에 둔 아버지와의 작별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북측의 아들 명설(71) 명훈(61) 씨와 딸 선자(65) 씨는 "통일돼 만날 때까지 아버지 건강하세요"라며 큰 절을 올렸고 고 씨는 자녀들을 한명씩 껴안으며 "건강히 잘 있어라. 꼭 다시 보자"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남측 가족들은 상봉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북측 가족의 주소를 교환하고 재회를 다짐하면서 1시간의 짧은 만남을 정리했다. 북측 가족들은 상봉장 창가에 서서 '우리는 하나' 노래를 부르며 남측 가족들을 싣고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디지털뉴스팀·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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