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핵심기술 중국 유출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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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이 불법 유출돼 중국으로 빼돌려진 현대·기아자동차 생산기술 명세를 공개했다. 현대·기아차 전현직 직원 9명이 공모해 빼돌린 기술은 이 회사가 25년간 노하우를 축적한 ‘신차품질보증시스템’ 등 총 57건이다. 수원=연합뉴스
수원지검이 불법 유출돼 중국으로 빼돌려진 현대·기아자동차 생산기술 명세를 공개했다. 현대·기아차 전현직 직원 9명이 공모해 빼돌린 기술은 이 회사가 25년간 노하우를 축적한 ‘신차품질보증시스템’ 등 총 57건이다. 수원=연합뉴스
현대·기아자동차의 핵심 생산기술을 중국으로 넘긴 산업기술 유출 사범들이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적발됐다.

수원지검 형사4부(부장 김호정)는 10일 현대·기아차의 차체 조립 기술 등을 중국의 C자동차사에 넘긴 혐의로 A컨설팅 전무 최모(53) 씨와 팀장 윤모(44) 씨, 현대·기아차 현직 직원 이모(40), 지모(29) 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A컨설팅 대표 김모(62) 씨와 이사 정모(49) 씨 등 4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현대·기아차 직원이었던 최 씨 등 구속된 A사 직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후배인 이 씨 등에게 쏘렌토와 신차의 차체 조립 및 검사 기준과 관련한 보증시스템 등 모두 57개의 기술, 영업 비밀 자료를 e메일로 건네받아 이 중 9건을 중국의 C사에 넘기고 2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불구속기소된 정 씨는 윤 씨가 빼낸 현대·기아차 경기 화성시 금형공장의 설비 배치도와 신차 개발 일정 등 2가지 자료를 중국 J자동차의 프레스공장 사장에게 e메일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5년 노하우 빠져나가=이들이 빼낸 기술의 주요 내용은 현대·기아차가 25년간 노하우를 축적해 온 ‘신차 품질 보증시스템’과 ‘금형공장 설비 배치도’, ‘신차 개발 일정’ 등 57건에 이른다.

A사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100일 작전’이라며 중국 C사를 찾아가 석 달 가까이 머물며 기술 지도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빼낸 기술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 유출을 주도한 윤 씨 등 3명은 회사로부터 80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윤 씨는 4월 20일 중국 J자동차에 이사급으로 취업할 예정이었던 터라 이들이 확보한 기술이 한꺼번에 유출될 뻔했으나 검찰과 국정원이 출국 전날인 지난달 19일 윤 씨를 검거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현대·기아차의 생산직 직원인 이 씨 등은 사내에 있는 컴퓨터에서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를 이용해 이 정보를 빼낸 뒤 e메일로 A사에 근무 중인 전직 선배들에게 넘겨준 혐의다.

하지만 검찰은 이 씨 등이 정보 유출 대가로 얼마의 금품을 받았는지 밝혀내지 못했고 중국 C사 등이 ‘정상적인 컨설팅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 경우 명확한 반박 근거가 없어 기술 유출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국정원은 A사가 빼낸 기술이 모두 중국에 유출됐다고 가정했을 경우 2010년까지 현대·기아차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만 4조7000억 원, 또 중국 자동차의 기술력 축적에 따른 시장 잠식으로 세계시장에서는 22조30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해 예상 금액도 크지만 유출 기술이 전부 넘어갈 경우 중국과 한국의 자동차 기술 격차는 2010년까지 3년에서 1.5년으로 크게 좁혀질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허술한 보안=검찰 조사 결과 구속된 윤 씨는 지난해 6월 협력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퇴직당했지만 올해 2월 현직 후배인 지 씨의 안내를 받아 쉽게 공장 내부로 들어가 필요한 생산라인 정보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협력사 직원으로 위장한 독일의 모 자동차부품업체 기술진도 현직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외부에 노출돼서는 안 될 내부 시설을 견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측은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올 1월 기술 유출 첩보를 입수한 뒤 지난달 중순 검찰에 사건을 넘겨 수사가 본격화하자 뒤늦게 E-DRM(문서 보안 솔루션)을 확대 적용하는 등 사내 컴퓨터의 보안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수원=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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