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아베 “야스쿠니 공물 봉납 부정도 긍정도 않겠다”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코멘트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낸 의도는….

“국가를 위해 싸우다 죽어 간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명복을 빌며 존숭의 염을 표한다. 그 생각을 계속 갖고 싶다.”

―참배를 대신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가.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관련된 것이 외교 정치문제화되는 이상 참배를 한다거나 안 한다거나, 공물을 보냈다거나 아니라거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공물에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쓰여 있다. 부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부정하지 않는다. 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거다”

―중국이나 한국은 우려를 드러낸다.

“그 같은 코멘트에 대해 내가 말하는 결과가 오히려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말하고 싶다.”

―국민의 이해는 얻을 수 있을까.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얻고 싶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23일 있었던 야스쿠니신사의 춘계대제 기간에 공물을 봉납한 것에 대해 8일 밤 벌어진 기자단과의 문답 내용이다. 9일 상당수 일본 신문은 이 문답을 통째로 실었다.

아베 총리의 ‘아이마이(曖昧·모호함)’ 전략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총리 취임 전부터 “야스쿠니신사에 갔는지 안 갔는지,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 밝히지 않겠다”며 모호함으로 일관하는 노선을 택해 왔다.

일본 내에서는 이 공물 봉납을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추계 대제에도 가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공물 봉납 자체가 참배의 의미를 띤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각총리대신’의 이름으로 행한 봉납 행위 자체가 ‘정교 분리’를 규정한 헌법 20조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언론은 이런 노선이 유지될 경우 ‘야스쿠니 논쟁’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한다. 아사히신문은 9일자 사설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위안부 문제 등에서 드러난 총리의 ‘모호 전략’이 초래한 부작용을 지적하며 “그렇게 해서는 영원히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충고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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