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22년 만에 야스쿠니 공물 봉납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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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23일 야스쿠니(靖國)신사의 춘계대제 기간에 참배를 하지 않는 대신 ‘내각총리대신’ 명의의 화분을 공물(供物)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언론이 8일 보도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낸 것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이래 22년 만이다.

아베 총리 측은 이날 문제가 불거지자 “신사 측에서 춘계대제 안내문을 보내와 봉납이란 형식으로 응했으며 화분 비용은 개인 돈으로 냈다”고 해명했다.

아베 총리가 보낸 공물은 비쭈기나무 화분으로 일본에서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져 신전에 바치는 데 쓰인다. 화분은 2m 높이로 춘계대제 기간 중 신사 본당에 올라가는 계단 옆에 ‘내각총리대신’이란 명찰이 달린 채 다른 화분들과 함께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사 측 담당자가 총리의 개인 사무실에 들러 화분 값으로 5만 엔을 받아 갔으며 총리 측 의향을 확인한 뒤 명찰을 달았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한국과 중국이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신사 측을 배려하기 위해 참배 대신 화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물 봉납에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며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이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지난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군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성 발언을 반복하면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낸 데다 3월 공개된 일본 국회 도서관 자료에서 위안소를 운영했던 민간업자까지 신사에 합사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비판 여론이 높아질 소지가 크다.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은 “공적 직함을 사용했으니 공식 행위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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