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세기 ‘불편한 동거’ 청산 기대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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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권을 지닌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불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으로 미국과 프랑스의 50년 반목이 줄어들 수 있을까.

적어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기대를 거는 듯하다. 부시 대통령은 6일 사르코지 당선자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두 나라는 역사적 동맹이자 동반자”라고 유대를 강조했다. 사르코지 당선자도 당선 인사말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2004년 부시 대통령의 재선 때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일주일 뒤에야 축하 전화를 했다.

미국 내 유럽 전문가들은 사르코지 당선자의 향후 대미정책에서 ‘느리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샐리 맥나마라 연구원은 정책보고서에서 “사르코지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최상의 기대 카드’”라고 평가했다.

낙관론자들은 지난해 9월 미국을 4일간 방문한 사르코지 당시 내무장관의 친미적 발언을 떠올린다. 그는 “미국은 1, 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를 구해 줬고” “프랑스 언론의 반미 보도는 프랑스 대중의 감정과 거리가 있으며” “프랑스의 오만함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축소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를 접견한 부시 대통령은 유력한 대선후보의 우호적 발언에 반색했지만 프랑스 국내에선 역풍이 불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1주일 뒤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대미 관계란 동등한 양자 간에 존재하는 것이며 굴종이란 있을 수 없다”고 후계자 사르코지 장관을 겨냥했다. 그 뒤 사르코지 당선자에겐 ‘부시를 위한 미래의 푸들’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앞으로의 두 나라 관계 역시 낙관하긴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사르코지 당선자가 반미 성향이 강한 프랑스 유권자의 뜻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체적 정책이 당장 바뀔 것으로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이 요청한 아프가니스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파병 확대도 새 대통령의 뜻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프랑스가 영국 독일과 진행해 온 이란의 핵개발 저지 외교 노력이 미국의 입맛에 맞도록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쉽지 않다. 짐 호그랜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7일자 칼럼에서 “(사르코지는) 부시 행정부의 야심 찬 외교정책이 아니라 미국의 역동성을 본받으려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사르코지 당선자가 지향하는 미국식 시장개혁 경쟁교육 모델이 현실화할 때 전 세계가 받아들일 상징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반(反)프랑스 논평을 주로 내 왔던 폭스TV는 “(미국 제도의) 모방은 최대 찬사”라며 사르코지 당선자가 불러올 프랑스 국내 정책의 변화에 기대를 표시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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