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저임금-稅혜택있지만 남북관계 외풍맞을까 불안”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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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임금 상승 등으로 개성공단에 관심을 갖는 중소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분양 설명회’에 참석한 300여 명의 중소기업인이 중소기업중앙회의 개성공단 분양 설명회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중소기업중앙회
중국의 임금 상승 등으로 개성공단에 관심을 갖는 중소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분양 설명회’에 참석한 300여 명의 중소기업인이 중소기업중앙회의 개성공단 분양 설명회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 설명회 中企人들 북적

지난달 말 개성공단을 방문한 정을연 명진화학 사장.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로부터 낮은 임금과 토지 분양 가격, 세제(稅制) 혜택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대박이 나겠네요”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어 공장을 둘러본 정 사장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는 “북한 근로자들의 작업 과정에선 남한 근로자처럼 서로 경쟁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 익숙해 경쟁의식이 약한 북한 근로자들의 작업 태도가 영 탐탁지 않았던 것.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사업 리스크도 마음에 걸렸다.

정 사장은 개성공단 투자의 장단점을 저울질한 뒤 결국은 투자 참여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래도 저임금 등의 매력이 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그들은 왜 개성으로 가는가

최근 개성공단에 투자하려는 중소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개성공단 분양 설명회는 300여 명의 기업인으로 성황을 이뤘다. 전날 경기 안산시에서 열린 설명회에도 10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는 22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올해 안으로 300개 기업을 입주시킬 계획이지만 분양 신청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인들은 무엇보다 개성공단의 낮은 임금에 매력을 느낀다.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은 월 60달러(약 5만7000원) 수준인데 남한에서 근로자 1명을 고용할 돈이면 20∼30명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안전장치 제조업체 금영제너럴의 이금기 사장은 “지금 운영하는 공장 인력이 100명이 넘는데 개성공단의 인력을 활용하면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 중소기업에 ‘기회의 땅’처럼 여겨졌던 중국의 임금이 빠르게 오른 것도 이들이 개성공단을 찾는 이유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국 해안 지역의 근로자 임금은 월 150∼200달러 수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낮은 분양가와 세제 혜택도 개성공단의 장점이다. 개성공단의 평당 분양가는 14만9000원으로 국내는 물론 상하이(上海) 진차오(金橋) 수출가공구(약 45만 원)나 베트남 딴뚜언 공단(약 40만 원)보다도 싸다. 법인세 혜택도 주어져 이윤이 처음 생기는 해부터 5년 동안 면제되며 이후 3년은 50%가 감면된다. 세율은 14%로 중국(25%)보다 낮다.

○ 개성공단의 그늘

하지만 개성공단은 여전히 불안하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무엇보다 남북관계다. 남북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입주기업들은 사업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이달 말 진행되는 개성공단 본단지 분양이 바로 개성공단 사업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본단지 분양은 원래 지난해 6월에 예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1년 가까이 미뤄진 것이다.

출입경(出入境) 절차도 그동안 꾸준히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4시까지만 출입경이 가능해 물류 효율이 떨어지고, 출퇴근도 어렵다.

서울에서 개성까지 60km밖에 되지 않아 이동 시간은 1시간도 안 걸리는데 출입경 수속은 1시간 이상 걸린다.

이런 그늘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중소기업인들은 개성공단 투자에 일단 기대를 걸고 있다.

정을연 사장은 “개성에서 쌍꺼풀 수술을 한 북한 여성을 4명 봤는데 이미 북한도 개방이 시작됐다는 증거”라며 “사업이란 게 원래 위험을 감수해야 큰 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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