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일기 속의 레이건 前대통령

  • 입력 2007년 5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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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시절의 향수, 저격당했을 때의 아픔, 중동지역 갈등을 보며 느낀 ‘세상 종말’의 두려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생활과 인간적인 고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일기가 출간된다. 미국의 패션전문지 ‘배니티 페어’가 22일 공개할 예정인 일기 내용 일부를 AP통신과 ABC방송이 2일 발췌해 보도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1989년 8년간의 재임기간 중 총탄을 맞고 병원에 입원했던 기간을 제외하곤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 간결한 문체로 자신의 생활을 기록한 그는 지옥(hell)이나 제기랄(damn) 같은 ‘네 글자 욕’은 ‘h---’, ‘d---’로 쓰면서 상스러운 표현을 자제했다.

‘카스트로(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가 나의 존재를 두렵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 두려움에 부합할 만한 일을 하지 못할까봐 오히려 걱정이다.’(1981년 2월 11일)

‘왼쪽에서 화염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공포에 질린 채 의자 끝에 간신히 앉아 있었다. 아프다. 나를 쏜 청년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의 암살 시도 당시)

아들 문제로 고민하는 내용도 있다. 그는 아들 론이 어머니인 낸시 레이건 여사에게 무례하게 굴자 ‘그가 사과할 때까지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라크와 이스라엘에서의 잇단 무력충돌을 언급할 때는 ‘아마겟돈(Armageddon·종말 전쟁)이 가까운 것 같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하며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찰스 영국 왕세자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는 ‘의전관이 우리(미국) 식으로 티백을 찻잔에 넣은 채 서비스해 어쩔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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