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6000억 달러 세계최대 시장 ‘빗장’ 연다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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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하면서 세계 최대의 시장을 열기 위한 대장정에 오른다. EU는 영국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서유럽을 아우르는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됐으며, 중국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한-EU FTA 협상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한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FTA 추진단장은 “EU와도 FTA를 맺으면 한국은 동북아 통상 허브(HUB)가 될 것이며 치열한 세계 무역 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세계 최대 경제권역 탄생

EU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005년 현재 13조6000억 달러로 미국(12조5000억 달러)보다 1조 달러이상 많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794억 달러로 미국(769억 달러)을 제치고 중국(1181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405억 달러로 1위다.

오정규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진흥관은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한국은 EU 회원국의 무역 장벽을 허물고 동유럽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효과를 거머쥘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EU FTA 체결 시 한국의 GDP는 단기적으로 2.02%(15조7000억 원), 장기적으로 3.08%(24조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 취업자 수가 장기적으로 59만7000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 FTA 허브로 ‘무역전쟁’서 유리

EU가 처음부터 한국과의 FTA 추진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국은 2003년 8월 ‘FTA 추진 로드맵’을 발표해 EU를 미국, 중국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FTA를 추진해야 할 국가로 분류했지만 EU는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2006년 한미 FTA 협상 개시 발표 후 상황은 달라졌다. EU는 지난해 5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EU 통상장관회담에서 먼저 한국과의 FTA를 제안했고 그해 11월에는 한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를 FTA 협상 대상국으로 선정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EU가 주력했던 다자간 협상인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라운드(DDA) 협상이 지연된 데다 양자 간 협상에서 미국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한미 FTA보다 부담은 덜할 듯

한-EU FTA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부터 열릴 1차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단 규모는 50여 명으로 200명에 육박했던 한미 FTA 때보다 훨씬 적다. EU 측은 30여 명이 참가한다.

양측 협상단은 △상품 △서비스·투자 △분쟁 해결 및 지속가능 개발 △정부조달 경쟁 등 기타 규범 등 4개 분과로 나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EU는 평균 관세율이 4.2%로 미국(3.7%) 일본(3.1%)에 비해 높아 관세폐지에 따른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김흥종 KIEP 유럽팀장은 “EU의 관세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다른 경제권과의 FTA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업 분야에서도 EU는 전통적으로 상대국의 민감 품목을 인정하는 통상 정책을 써 왔기 때문에 ‘판을 깰 정도’로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자동차 의약품 공방 예상

그러나 자동차, 의약품, 화장품 등 분야는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양국은 그동안 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했던 비관세 장벽을 허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협상단 수석대표는 최근 “한국이 훨씬 많은 자동차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지만 기술적 규제 표준 등 비관세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U는 볼보, BMW 등 회원국 자동차 회사의 불만을 받아 들여 한국에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장착 시기 유예, 안전기준 완화 등을 한국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엄격한 심사 기준을 완화하고, 모조 명품 브랜드 단속 등 지식재산권 보호의 강화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한국은 EU에 건축사, 간호사 등 전문직의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자동차, 섬유 등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폐지도 강하게 주문할 예정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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