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 유일 ‘육사 군마대’를 가다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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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군마대가 육사 졸업식 및 임관식에서 분열을 펼쳐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육군사관학교 군마대가 육사 졸업식 및 임관식에서 분열을 펼쳐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육사 군마대 군마조교병이 말과 함께 장애물 넘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육군
육사 군마대 군마조교병이 말과 함께 장애물 넘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육군
《군마(軍馬)는 근대 이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도구였다. 말이 병력과 물자의 신속한 이동을 가능케 해 전장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것. 칭기즈칸이 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기병이었다. 전쟁 영웅 곁에는 늘 명마가 있었다. 중국 초나라 항우의 오추마, 한 무제의 한혈마, 삼국지 관우의 적토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마(天馬)였다. 최근 한 TV의 고구려 사극에는 철갑을 두른 군마가 철갑옷을 입은 철기병을 태운 전투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육군사관학교 군마대를 찾아 말의 운동원리와 능력, 한계를 알아보았다.》

○ 전군 유일의 기마부대

육사 군마대는 수의병과 장교 군마대장, 수의학과 출신 군마진료병, 승마선수 출신 군마조교병(4명), 군무원인 군마사육관리원 등 부대원 14명과 말 19필로 구성된 소규모 부대다. 임무는 생도 승마교육과 교내외 기마퍼레이드 지원이어서 기마부대라기보다 승마클럽에 가깝다.

군마대는 1966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출연한 2만 달러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말 32필을 도입해 창설됐다. 현재는 말 도입 예산이 없어 KRA(한국마사회)와 개인 마주들이 기증한 도태된 경주마로 운용되고 있다.

하루 일과는 오전 5시 말의 변을 치우고 아침 먹이를 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말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한 시간 정도 조마삭훈련(調馬索訓練·긴 고삐를 이용해 승마장을 원형으로 돌게 함)을 시키고 오전 11시 반에 점심을 먹인다. 오후에는 마장마술과 장애물 넘기 등 훈련을 한 시간 정도 한 뒤 오후 6시 저녁을 주고 쉬게 한다.

군마대의 한 해 예산은 사료비 3600여만 원과 장구류 구입비 400여만 원, 장제(裝蹄)용역비 1100만 원 등 총 5200만 원. 말 한 마리의 하루 먹이는 건초 5.6kg(kg당 500원)과 사료 3.2kg(kg당 550원) 등 8.8kg으로 금액으로는 4560원. KRA 말들이 하루 급식비 1만 원에 당근 사과 등 간식과 수십만 원짜리 말 전용 영양제까지 먹는 데 비하면 열악하다. 그나마 지난해 7월 말 한 마리가 질 나쁜 사료를 먹고 소화불량으로 죽으면서 급식비가 kg당 400원에서 100원가량 올랐다.

최철훈(대위) 군마대장은 “말은 다른 동물보다 긴 소화기계를 갖고 있어 질 나쁜 사료를 먹으면 소화를 못 시켜 병이 들거나 죽게 된다”고 말했다.

말의 사육과 훈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장제다. 말은 발굽이 대단히 약해 달릴 때 지면으로부터 충격을 받으며, 돌 등 단단한 물질과 부딪치면 발굽이 갈라져 상처가 생겨 곪는다. 장제는 말발굽에 ‘편자’라는 쇠붙이를 박아 말이 마음껏 달릴 수 있게 하는 것. 말발굽은 한 달에 9mm 정도 자라므로 한 달에 한 번 말굽을 깎고 새 신발(편자)을 갈아 신겨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장제사가 정년퇴직해 지금은 외부에 용역을 주고 있다.

○ 기마부대 두 차례 창설-해체

말의 종류
종류높이(cm)체중(kg)
포니(조랑말)100∼144200∼450
승용마144∼152450∼500
경주마163550
수렵마163∼165600∼650
사역마1731000

정부 수립 후 우리 군에도 한때 기병부대가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농가에 위탁 사육했던 일본산 개량마 350필을 모아 1949년 4월 수도사단 기갑연대 산하에 기병대대를 창설했으나 6·25전쟁으로 말들이 죽거나 다치면서 불과 1년여 만인 1950년 7월 부대가 해체됐다. 이후 1972년 1군사령부 예하에 우리 재래마인 조랑말 20마리로 중대급의 타마(駝馬)부대가 만들어졌다. 타마부대의 임무는 두 가지였다. 악천후 시 전방부대에 보급품을 수송하고 무장공비 침투 시 산악지대에서 조랑말을 타고 은밀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면서 대간첩 작전을 벌이는 것. 타마부대는 한때 200여 마리까지 늘어났지만 장비들이 기계화되면서 1982년 해체됐다.

문정주(47) 군무원은 “고려와 조선조 때는 오늘날 휴대전화처럼 우리의 주요 수출품이 말이었을 정도로 국가적으로 말 사육이 장려됐다”며 “일제가 우리의 기마민족 정신을 없애기 위해 말을 모두 징집해 가면서 고대 기마전술과 기마부대 전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 천리마는 있나

군마는 평보 속보 구보 등 3가지 보법이 있다. 평보는 1분에 110m, 한 시간에 6.6km, 속보는 1분에 220m, 한 시간에 13.2km, 구보는 1분에 340m, 한 시간에 20.4km를 이동하는 것. 경주마는 1분에 600m, 시속 36km로 달리는 습보(襲步)가 추가된다.

말은 구보나 습보 때 산소 없이 근육에 축적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무산소대사)로 빨리 달린다. 이때 피로물질인 젖산도 대량 축적돼 말은 무산소대사로 최대 120초 이상 달릴 수 없다.

기병대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군마의 구보를 7분 이상 초과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한다. 무리하게 말을 몰면 폐마가 되기 때문. 경주마도 800∼1600m 경기를 전속으로 달리고 나면 피로 때문에 한 달에서 45일까지 휴식해야 한다.

말은 자연 상태에서 하루 25km 이동하며 사람을 태우면 평보로 20km밖에 가지 못한다. 고대 파발마를 잇는 역참 구간을 10.8km(약 30리)로 정한 것도 말이 하루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감안한 것.

군마의 경우 80kg의 보급품을 싣고 평탄한 길에서 하루 16km, 60kg의 보급품을 싣고 험한 길에서 하루 12km를 행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적토마가 하루 천리를 간다거나 고구려 사극에서 철기병이 등장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대 갑옷의 무게는 42kg으로 사람의 몸무게가 60kg만 돼도 말이 감당하는 무게가 100kg을 넘게 돼 이 경우 말이 한 시간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 특히 고구려 때 말은 몽골 조랑말 종류로 오늘날과 같은 덩치 큰 서양말이 아니어서 과중한 철갑 무게를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전쟁사가인 윤일영 예비역 육군 소장은 “고대 병사들은 갑옷을 수레에 싣고 이동하다가 전투를 벌일 때 비로소 갑옷을 입고 말을 탔다”며 “철갑옷을 입은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종횡무진 누빈다는 것은 말의 능력으로 볼 때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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