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종합복지관…그곳에 가면 새 청춘이 있다”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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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老인생 즐겨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지하 1층 당구장에서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당구를 즐기고 있다. 복지관과 문화원 등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시설로 노인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아동이나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개설된 강좌는 사설 학원비의 절반 이하인 경우가 많다. 안철민  기자
“NO老인생 즐겨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지하 1층 당구장에서 6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당구를 즐기고 있다. 복지관과 문화원 등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시설로 노인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아동이나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개설된 강좌는 사설 학원비의 절반 이하인 경우가 많다. 안철민 기자
‘덩 덩 덩 덩 쿵 덕쿵.’

21일 오후 2시 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구립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3층 강당. 60대 노인 27명이 흥겨운 어깨춤과 손놀림으로 태평가에 맞춰 장구를 배우고 있었다. 강사의 선창에 따라 장구를 두드리는 솜씨가 이미 아마추어의 단계를 넘어선 듯했다.

같은 시간 5층에서 지하층까지 각 교실과 체육실에서는 다양한 강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복지관에서는 주 단위로 취미 오락 교양 문화 건강 프로그램만 모두 64개가 초중고급 86개 반으로 나뉘어 열리고 있다. 이들 강좌는 복지관에 회원으로 등록만 하면 모두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대상은 60세 이상의 영등포구 주민이다.

“강좌가 다양하고 재미있을 뿐 아니라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땀을 흘리던 김태규(73·문래동3가) 씨는 자신의 하루 일과가 이 복지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남 2녀를 모두 결혼시킨 뒤 아내(71)와 단둘이 살고 있는 김 씨는 오전 10시경 복지관에서 무료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해 부부가 함께 댄스스포츠나 덩더쿵체조 등 강좌에 참가한다.

점심은 지하식당에서 해결한다. 1식 4찬으로 된 식사는 1500원(3월부터 2000원으로 인상).

오후에 김 씨는 트레드밀을 하고 아내는 합창교실 등에서 활동한다. 이 부부는 재작년에 부부가 같이 ‘그대 그리고 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매년 상·하반기에 각각 15쌍의 부부를 모집해 3개월 반 동안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평생 자식을 키우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오느라 서로 변변히 사랑한다는 말도 못해 본 부부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배우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법을 배우고 사랑을 서약하기도 하면서 울고 웃던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김 씨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이제 친구가 돼 주기적으로 모인다고 전했다.

일본어 중급과정을 배우는 정광호(67·문래동) 씨는 자영업을 하다 퇴직한 뒤 지난해 3월부터 이 복지관에 나오고 있다. 정 씨 역시 월요일은 일본어 회화, 화요일은 한글서예, 수요일은 한문서예, 목요일은 탁구, 금요일은 동양화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정 씨는 “참가자 중에는 화이트칼라 출신이 꽤 많다”고 소개했다.

퇴직한 노년층의 경우 자칫 무료함에 시달리기 쉽다. 퇴직 후 생활을 잘하는 비결은 바쁘게 사는 것. 따라서 바쁜 소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지역의 노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문화원 등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들 시설에서는 의외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사회복지관이 394개, 문화원이 222개, 노인종합복지관이 109개가 있다. 모든 시군구에 최소한 1곳 이상이 있는 셈이다. 이들 시설은 대부분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손해다.

이 중 노인종합복지관은 60세 이상의 주민을 위해 운영되는 곳. 종합사회복지관과 문화원은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노년층을 위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일부 운영한다. 따라서 어린이와 일반 성인 주민을 위한 교육 취미 교양 외국어 등 강좌가 많이 개설되어 있다. 이들 강좌는 모두 유료이지만 수강료는 사설학원의 절반 수준. 반면 노년층을 위한 컴퓨터 노래 스포츠댄스 교실 등은 무료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22일 오전 인천 부평구 갈산2동 갈산종합사회복지관 3층에서는 노인 20여 명이 한글교실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복지관은 매주 화 수 목요일에 노인들을 위한 한글, 컴퓨터, 노래, 스포츠댄스 등의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은 한 강좌에 20∼45명.

조현순 관장은 “10여 년 전만 해도 복지관이 소외계층을 보살피는 역할에 치중한 측면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러한 기능도 수행하면서 일반 주민들의 여가와 교양 교육 쪽의 서비스도 많이 개발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 관장은 이 복지관의 경우 모두 90개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강좌마다 정원의 25%는 무료 수강생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복지관 하모니카 봉사대 오진실씨▼

“처음에는 하모니카에서 도가 어디인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웬만한 곡은 악보를 안 보고도 불 수 있지요.”

서울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하모니카 봉사대로 활동하고 있는 오진실(66·여·대림3동·사진) 씨는 요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을 만큼 재미있게 살고 있다.

오 씨가 처음 노인복지관을 찾은 것은 2001년. 그전까지는 아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손자를 돌보느라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손자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자 친구의 소개로 처음 찾은 노인복지관은 ‘별천지’ 같았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배우고 즐길 게 너무 많았다.

오 씨는 월요일은 집안일을 돌보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복지관에서 하모니카 동화구연 포크댄스 컴퓨터 등 수업을 듣거나 병원, 어린이집 등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오 씨는 어쩌다 공원에 혼자 앉아 있는 노인을 보면 측은해 일부러 다가가 복지관 출입을 권한다.

그는 대개의 경우 복지관이 영세한 노인들이 보살핌을 받는 곳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무엇보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날그날 정해진 일이 있으니 너무 즐겁습니다. 아들과 며느리도 제 표정이 밝아졌다고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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