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압박’ 끝내는”…日 30代, 우울증 크게 늘어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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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하던 동료가 갑자기 침울해지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매일 잔업을 마다하지 않던 친구가 지각을 하거나 핑계를 대고 쉬는 일이 생겼다.’

최근 일본의 직장에서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마음의 병’, 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우울병의 초기 증상이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문화가 지배해 온 일본에서 실적에 따라 승진과 보수가 결정되는 성과주의가 확산되면서 30대를 중심으로 마음의 병을 앓는 회사원이 크게 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증세가 심각해지면서 장기 휴직을 하는 회사원이 크게 늘어나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일본 사회경제생산성본부가 도쿄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마음의 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응답한 기업은 2002년 48.9%에서 2004년 58.2%로 늘었다. 마음의 병 때문에 1개월 이상 휴직한 직원이 있다고 답한 기업의 비율도 58.5%에서 66.8%로 높아졌다.

산업정신보건연구소 시마 사토루(島悟) 소장은 “2004년 기준으로 1개월 이상 장기 휴직자는 1000명당 5명꼴”이라면서 “일정한 조건에서 추산하면 손실이 1조 엔에 이른다”고 말했다.

평가에 대한 불만과 동료와의 임금 격차에 대한 초조감이 마음의 병을 부르는 원인이라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사회경제생산성본부 정신건강연구소 이마이 야스지(今井保次) 주간은 “성과주의는 개인의 노력과 결과를 명확히 하지만 한편으로 직장 내 의사소통과 단결을 저해해 스트레스를 증대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경단련(經團連)은 최근 보고서에서 “마음의 병이 종업원 본인뿐 아니라 직장 전체의 작업 능률과 사기를 떨어뜨려 중대한 경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일본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 10월 1만 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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