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87>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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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항왕이 저렇게 물러나는 것은 군량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신이 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오. 용저가 죽는 걸 보고 천하의 항우도 두려움을 배운 것 같소.”

그런 다음 한왕 유방은 하후영을 불러 황옥거(黃屋車)를 내게 했다. 그리고 급히 뒤따라 나선 장수들과 함께 한신을 마중 나가려 했다. 그런데 한왕이 진문(陣門)을 나서기도 전에 저편에서 먼저 전령이 달려와 알렸다.

“우승상 조참이 대왕께 문후 여쭈라 하셨습니다. 우승상께서는 한 식경이면 2만 군사와 더불어 진중으로 들게 될 것입니다.”

“과인은 우승상이 아직 산동을 평정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처럼 갑자기 오게 되었는가?”

조참이 온 게 뜻밖이라 한왕이 놀라며 물었다. 전령이 자랑스레 대답했다.

“지난해 교동(膠東)에서 제나라 장수 전기(田旣)를 잡아 죽이신 우승상께서는 그 뒤 제북(齊北)으로 가서 남은 제나라 세력을 쓸어 없앴습니다. 그러다가 대왕께서 광무산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지난 6월에 이미 광무산으로 떠났습니다마는 산동을 가로지르는 동안에 다시 여러 달을 지체하게 되었습니다. 곳곳에서 항우가 남겨 놓은 수장(戍將)들이 길을 가로막은 탓입니다. 우승상께서는 산동의 초나라 세력을 쓸어버리는 것도 팽월이 양(梁) 땅에서 양도를 끊는 것과 마찬가지로 광무산의 대왕을 돕는 일이라 보아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항보(亢父) 창읍(昌邑)을 거쳐 정도(定陶)에 이르는 동안에 열 한 성읍(城邑)을 쳐부수거나 항복받고, 다시 안양(安陽)을 거쳐 우현(虞縣)에서 계포가 이끄는 초나라 군사를 크게 무찔렀습니다. 그런데 문득 한나라와 초나라가 화평을 맺었다는 소문과 함께 대왕의 사자가 달려와 우승상은 그대로 산동에 남아 초나라 세력을 쓸어버리라 하셨습니다. 이에 군사를 율현(栗縣)으로 옮겨 그 현성(縣城)을 치고 있는데, 다시 대왕께서 초군을 뒤쫓다가 고릉에서 낭패를 보았다는 소문이 들려 왔습니다. 우승상께서는 그 소문을 듣자 급한 김에 대왕의 부르심을 기다리지 못하고 밤낮없이 이렇게 달려오는 길입니다.”

다음 날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동쪽에서 탐마가 돌아와 또 다른 원병(援兵)이 다가오고 있다고 하기에 한왕은 이번에도 한신이나 팽월인가 여겼으나 그게 아니었다. 그날 달려온 것은 관영이었다. 본대에 앞서 달려온 전령이 알렸다.

“관영 장군이 기마 3천에 정병 1만을 재촉하여 달려오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이향(이鄕)을 지났으니 오래잖아 이곳에 이를 것입니다.”

관영 역시도 한창 팽성을 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니 반가움보다는 궁금함이 앞섰다. 한왕이 그 경위를 묻자 전령이 기세 좋게 말했다.

“관영 장군은 이레 전에 팽성을 떨어뜨리고 그곳을 지키던 초나라 주국(柱國) 항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 뒤 하루도 군사를 쉬게 하지 않고 곧장 서쪽으로 달려, 소성(蕭城) 상현(相縣)을 떨어뜨리고 성보(城父)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서 갑자기 대왕께서 고릉에서 낭패를 당하셨다는 소문을 듣자 서둘러 이렇게 달려온 것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한왕은 조참과 관영이 그렇게 와 준 것이 반가웠다. 하지만 그 반가운 만큼이나 큰 것이 그때까지도 올 줄 모르는 한신과 팽월 때문에 생긴 걱정이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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