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유아원생 꼬맹이가 인터넷에 빠졌어요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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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의 인터넷 사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학습용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공부하고 있다. 유아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훈구 기자
유아의 인터넷 사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학습용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공부하고 있다. 유아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많다. 이훈구 기자
《3∼6세의 한국 아이들은 인터넷 사용시간이 일본의 또래에 비해 10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최근 일본 베넷세교육연구개발센터의 조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센터는 서울,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상하이, 대만 타이베이 등 아시아 5개 도시의 3∼6세 아이를 둔 보호자 6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시간을 조사했다. 그 결과 컴퓨터를 ‘거의 매일’ 또는 ‘주 3, 4회’ 사용하는 아이의 비율이 서울은 40%에 이르렀다. 반면 도쿄는 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후 9시 이후 잠자리에 드는 아이도 서울이 62.7%로 73.6%를 기록한 타이베이와 함께 가장 많았다. 도쿄는 24.2%, 상하이는 20.5%를 기록했다.》

만 4세의 이모(서울 서초구 서초동) 군은 밤마다 인터넷 게임 때문에 부모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이 군의 아버지가 한 달 전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 경주게임을 이 군에게 보여 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젠 컴퓨터를 켜 달라며 떼쓰고 부모가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큰 소리로 울며 잠을 자지 않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유아의 절반가량이 인터넷 이용을 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2005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만 3∼5세 소아 2명 중 1명이 인터넷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게임 오락 등 자극이 강한 인터넷에 빠지게 되면 다른 자극에 대해서 관심이 줄어 정서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잦은 인터넷 사용은 사회성 발달 저해

3∼5세 아이들은 또래 또는 부모, 유치원 교사 등과의 접촉을 통해 언어능력, 운동능력, 사회성 등을 기르게 된다.

가톨릭대 성가병원 신경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인터넷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줄면 언어능력이나 사회성 발달이 늦어진다”며 “또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구별하지 못하는 정신상태에 일시적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인도 인터넷에 중독되면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고 참을성이 부족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유아에게는 더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사회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불장군 또는 왕자병, 공주병과 같은 성격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사회성은 남과 부대끼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며 “인터넷은 일방적인 작용이므로 사고력이나 상상력, 창의력 등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한솔교육문화연구원 장유경 원장은 “이 시기엔 신체발달이 중요한 만큼 되도록 밖에서 뛰어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오늘은 20분만 하는 거야!” 규칙 만드세요

아이들이 인터넷에 몰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 문제가 되는 아이의 대부분은 부모가 아이의 인터넷 사용을 무제한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인터넷 사용시간을 통제하되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과 몇 가지 분명한 인터넷 사용 규칙을 정하도록 한다. 무조건 인터넷 사용을 못하게 하면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 형성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인터넷은 게임오락기가 아니라 정보의 도서관이나 문화도구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인식시켜 주는 교육을 한다.

또 하루에 15∼20분 정도 사용하되 컴퓨터 앞에서 식사를 하거나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하며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고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교육한다. 유아기의 학습에 대한 집중력은 고작 10∼20분이다.

또 부모는 아이에게 인터넷 사용에 대한 일관된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김혜수 박사는 “인터넷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부모라도 전화통화를 하거나 손님이 오거나 할 때는 태도가 느슨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한번 규칙을 정했으면 끝까지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자녀가 컴퓨터나 게임기를 이용해 오락을 하는 것보다는 신체적 정신적 자극을 직접 줄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하는 놀이를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기엔 보드게임이나 자연친화적인 실외활동, 다양한 교구를 이용한 학습 등이 있다.

만약 아이가 인터넷 사용 때문에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을 보이지 않는다면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www.iapc.or.kr) 또는 소아신경정신과 등을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런 사이트는 괜찮아요… ‘즐겨찾기’에 등록을▼

무작정 인터넷이 나쁘다고 말하기엔 국내의 인터넷 문화가 너무 발달돼 있다. 더구나 정보 검색에서부터 지식습득, 수준별 맞춤학습 등 인터넷의 장점도 무시 못 한다. 그렇다면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유아는 사이트 선별에 대한 판단력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대개 교육 목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도 반드시 부모와 함께 단시간만 사용하도록 한다.

먼저 인터넷 사용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즐겨찾기를 통해 필요한 사이트를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해 준다. 또 스피커와 컬러프린터, 아이들 키에 맞는 컴퓨터 의자, 아동용 마우스, 눈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경은 필수다. 유아사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아이의 발달 정도를 파악해 해당 연령에 맞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또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또 부모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상황을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학습 내용이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것 외에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되므로 학습동기를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한다.

(도움말=한솔교육 디지털사업본부 이경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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