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자료 유출 이중잣대 문책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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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조세개혁보고서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재정경제부 국장을 보직 해임했다. 또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정부의 뜻에 맞지 않는 보고서를 썼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유출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 내부 자료를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이 잇달아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는 어떤 징계도 하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정부 비위 거스르면…

재정경제부는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 보고서가 본보의 단독보도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7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윤영선(尹永善·국장급) 조세개혁실무기획단 부단장을 보직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1998년 재경부 출범 이후 보직 해임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의 보고서는 기밀사항도 아니고 당초 20일 공청회에 부쳐질 예정이었다.

재경부는 윤 부단장 외에 김용민(金容珉·세제실장) 실무기획단장에 대해 엄중 경고를, 실무과장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재경부 김교식(金敎植) 홍보관리관은 “윤 부단장에게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물은 것은 그가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자료를 외부에 보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징계에 외부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국책연구소인 한국조세연구원(원장 최용선·崔鏞善)은 ‘정부의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집값 안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낸 노영훈(魯英勳) 연구위원에 대해 사실상 연구 활동을 중단하도록 하는 징계 조치를 지난달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노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앞으로 1년간 외국으로만 돌아다닐 생각”이라며 “누가 이런 조치를 했는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말했다.

◆정부 비위 거슬러도…

한편 열린우리당 최 의원이 최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된 3급 비밀과 NSC 내부 문건을 잇달아 폭로했고 지난해에도 여야 의원들의 국가기밀 문건 폭로가 이어졌지만 그에 대한 문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몇몇 사안과 관련해 부처 간, 당정 간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며 “국민이 보기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6일 “앞으로 당정 협의 없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는 정부 당국자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점을 들어 ‘시범 케이스’로 재경부 당국자들을 징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부 내에서는 반발 기류가 뚜렷하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증세(增稅)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쪽에 더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재경부는 그 문제를 검토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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