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김우식 내정자 인사청문회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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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린치 사건 피해자들 방청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앞쪽)에 대한 인사청문회장에는 1984년 ‘서울대 민간인 린치 사건’의 피해자인 전기동 정용범 씨(뒷줄 왼쪽부터) 등이 방청객 자격으로 나와 청문과정을 지켜봤다. 김경제 기자
민간인 린치 사건 피해자들 방청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앞쪽)에 대한 인사청문회장에는 1984년 ‘서울대 민간인 린치 사건’의 피해자인 전기동 정용범 씨(뒷줄 왼쪽부터) 등이 방청객 자격으로 나와 청문과정을 지켜봤다. 김경제 기자
《6일과 7일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대에서 나온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위원과 여야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한나라당은 두 내정자의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고 도덕성에도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이, 유 내정자를 포함해 이번 인사청문회 대상인 국무위원 5명과 경찰청장 내정자가 모두 부적격자로 판단된다며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청문 경과 보고서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청문위원들은 “일부 흠결은 있지만 내정자들 모두 장관 직 수행에 결정적인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회는 8일 청문회를 마무리하고 9일까지 경과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지만 여야의 극명한 견해차로 보고서 작성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국민연금 미납 및 축소신고 의혹, 학력 허위 등재, 서울대 민간인 린치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4년간 세금 불성실 납부”=한나라당 박재완(朴宰完) 의원은 “유 내정자가 수입이 늘어나 기장사업자로 전환된 2001∼2004년 불성실 세금신고로 국세청으로부터 매년 가산세를 부과 받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유 내정자는 2001년 27만 원, 2002년 40만 원, 2003년 15만 원, 2004년 17만 원의 가산세를 부과 받았다. 국회의원에 선출된 2003년 이후 2년간도 세금신고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유 내정자는 “기장하는 데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며 “강연, 기고 등이 고정적이지 않아 어떻게 기장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고 가산세를 부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몸 낮춘 유시민 후보 “잘못했지만 억울한 면도…”

▽“유시민 방어하러 왔다”=유 내정자의 장관 지명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상당수가 강력히 반발했던 것과 달리 이날 열린우리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대부분 유 내정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해명성 질문을 하는 등 그를 옹호했다.

1·2개각에 반발해 집단서명 운동까지 했던 김선미(金善美) 문병호(文炳浩) 유필우(柳弼祐) 의원은 비판 기조의 질문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질의는 부드러운 편이었다.

2일 교육위원회에서 보건복지위로 상임위를 옮긴 백원우(白元宇) 의원은 이날 질의 첫 발언으로 “유 의원을 방어하라는 임무를 띠고 교육위에서 여기로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복지부 장관을 부총리로”=유 내정자는 복지부 장관의 사회부총리 승격 필요성을 묻는 열린우리당 이기우(李基宇) 의원의 질문에 “복지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는 문제를 검토해 볼 일”이라고 밝혔다.

유 내정자는 “(복지부 장관이) 사회분야 (책임)장관을 맡게 돼 있어 어느 정도 위상이 높아졌다”면서 “일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해 나가면 자연스럽게 위상 문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증세 필요성을 묻는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의 질의에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무턱대고 세수증대만 하면 안 된다”며 “불요불급한 세출의 구조조정과 각종 조세감면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동분서주한 것은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추구한 지향과 가치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둥근 안경테에 옅은 화장… 이미지개선 신경쓴듯

유 내정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인상을 없애려는 듯 둥근 안경테를 쓰고 화장을 해서인지 단정한 모습이었다. 증인 선서에서부터 “앞으로는 신중하게 말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확실히 몸을 낮췄다.

유 내정자는 ‘한나라당 박멸이 나의 사명’이라는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그렇게 말한 것은 과한 표현이었다. 정치인으로서 한나라당은 경쟁 상대였지만 장관으로서는 여기 계신 의원님들의 협조를 받지 못하면 활동할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열린우리당 강기정(姜琪正) 의원이 “분열과 갈등의 상징적인 인물로 비치는데 복지부처럼 갈등의 소지가 많은 부처를 잘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걱정을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송구하다. 고집을 밀고 나가기보다 많은 분의 소망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명옥(安明玉) 의원이 “(과거 독설 등으로 볼 때) 지적 권위주의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앞으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그렇게 생각한다”며 선선히 수긍했다.

유 내정자는 언론과 갈등을 빚어온 데 대해 “복지발전에 필요하다면 언론과의 관계도 과거와 다르게 설정해 건전한 협력과 긴장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野 “땅값 급등한 임야 사회환원할 뜻 없나”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문제 등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김우식(金雨植)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장관 내정자는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도 쟁점이었다.

1987년 매입한 경기 파주시 임야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그는 “노년의 생계 대책이나 생활 목적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텃밭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양심을 걸고 분명히 말하지만 투기는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3000평을 평당 1만 원씩 3000만 원을 주고 매입했고 지금은 공시지가로 14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석준(金錫俊) 의원 등은 “그런 혜택을 받는 사람이 전국에서 100명이나 되겠느냐. 파주 땅의 시세를 알아보니 4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사회에 환원할 의사는 없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그 밖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경기 용인 땅(480평)은 주말주택을 짓기 위해 친구와 구입했지만 건설사가 부도가 나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기 의정부 땅(100평)은 친지가 미국으로 이민 가면서 떠맡기다시피 한 잡종지로 주택공사에 수용됐다”고 해명했다.

김 내정자는 황 교수 논문 조작 사태와 관련해 “논문 조작이나 비리는 엄정하게 다스려야 한다”면서 “그러나 핵을 제거해 배반포까지 형성하는 기술과 동물복제 기술은 귀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가 백의종군해서라도 결실을 보고 싶다고 한 말을 마음 찡하게 들었다”고도 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찬반 논란에 대해 김 내정자는 “종교 윤리 차원에서는 성체 줄기세포 쪽으로 기울 수 있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특이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생명윤리의 기본 틀 속에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독교 신자다.

김 내정자는 사회 문제가 돼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대학입학시험 때 과학 과목에 가산점을 줘 고교에서 (수준 높은) 과학을 공부하고 (대학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생각까지 해봤다”고 답변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운전중 사망사고 낸 金내정자 기소유예했던 검사

金내정자 靑 비서실장때 사정비서관실에 파견돼

운전 중 사망사고를 낸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검사가 김 내정자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때 대통령사정비서관실에 파견돼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내정자는 연세대 대외부총장이던 1998년 10월 1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지하차도 입구에서 무단 횡단하던 김모(89) 씨를 치어 20여 일 만에 숨지게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서울지검 서부지청(현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이 사건을 맡은 김영문(金榮文·사시 34회) 검사는 그해 12월 30일 김 내정자에게 이례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보행자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는 기소돼 벌금형 이상의 처분을 받는다.

김 검사는 김 내정자가 대통령비서실장이던 지난해 초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됐다.

이에 대해 김 검사는 “기소유예가 매우 이례적이긴 하지만 지하차도 진입 이후까지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가입한 보험회사는 운전자에게 60%의 과실이 있다며 피해자 유가족에게 3299만 원을 지급했다.

그는 또 “사건 처리와 청와대 근무는 상관이 없다”며 “사건 처리 당시 김 내정자를 내 방에서 본 기억이 나지만 그 후 청와대에 처음 왔을 때 인사한 것 말고는 만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희정(金姬廷) 의원은 최근 김 내정자가 기소유예 처분만 받은 것은 ‘축소 처벌’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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