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창작 뮤지컬 2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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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운을 남기는 창작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마지막 장면. 사진 제공 문화예술기획 렛츠
긴 여운을 남기는 창작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마지막 장면. 사진 제공 문화예술기획 렛츠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릴레이 공연되고 있는 ‘우리 뮤지컬의 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조광화 연출)은 2000년 초연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창작 뮤지컬이다.

독일 문호 괴테의 고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약혼자가 있는 롯데를 사랑하는 청년 베르테르의 슬픔을 서정적으로 그려내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까지 탄생시키며 말 그대로 ‘창작 뮤지컬의 힘’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동안 연출에 따라 분위기나 내용은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지만 이 작품이 변함없이 사랑받았던 것은 아름답고 감미로운 선율의 음악(정민선 작) 덕분이다. 가벼운 팝 스타일의 음악 대신 클래식한 분위기의 음악 속에 지고지순한 사랑의 애틋함과 무게를 담아냈다.

올해 공연에서는 귀가 더 즐거워졌다. 그 동안 5인조로 연주되던 음악이 올해는 바이올린과 클라리넷, 아코디언을 더 보강해 8인조로 편성돼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음악을 좀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미 여러 차례 ‘베르테르’를 연기했던 엄기준이 민영기와 더블 캐스팅으로 무대에 서고 롯데 역은 조정은과 백민정이 번갈아 맡고 있다. 롯테의 약혼자 알베르트는 윤영석과 이계창이 출연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새삼 아쉬운 것은 엄기준이라는 배우다. 사실 엄기준은 이 작품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아도 좋을 만큼 ‘베르테르’ 역에 잘 어울리는 좋은 배우다. 하지만 그는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작품 전반부 밝은 모습의 베르테르를 연기할 때 보여 주는 상큼한 미소와 가벼운 행동들은 그에게 잘 어울리지만, 후반부 사랑의 고통을 표현할 때는 아픔이 충분히 깊어지지 못한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뒷모습만 보인 채 베르테르가 권총 자살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머리에 총을 대는 순간 붉게 물드는 하늘은 슬픈 이미지와 함께 여운을 길게 남긴다.

하지만 관객들이 슬픈 마음을 안은 채 극장 문을 나서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을까? 비운의 연인 베르테르와 롯데가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흥겹게 노래하는 커튼콜 때문에 이 여운은 금세 잊혀진다. 슬픔 감정의 감미로움을 즐기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오히려 아쉬울 듯하다. 19일까지. 화∼금 7시반, 토 일 3시 7시. 1만5000∼7만 원. 02-742-9881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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