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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메신저 마당발’ 백진경 “나? 1146명과 通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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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메신저 마당발’ 백진경 “나? 1146명과 通한다”

입력 2006-02-03 03:05수정 2009-10-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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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에 대한 고전으로 손꼽히는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에는 인맥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사례가 나온다.

“카네기기술연구소의 연구 결과, 사람을 다루는 일과 상관없어 보이는 엔지니어링 같은 기술 분야에서도 성공한 사람의 15%만이 기술적 지식에 의존했다. 나머지 85%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을 함께 지녔기 때문에 성공했다.”

이처럼 ‘휴먼 네트워크’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빠른 노하우”(최염순 한국카네기연구소장)로 평가받는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휴먼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소통 채널이 디지털로 바뀌었을 뿐, 그것을 유지하는 휴먼 네트워크의 의미는 변함없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대화하는 ‘인터넷 메신저’는 대표적인 디지털 소통 창구. 국내 업체인 ‘네이트온’만 해도 이용자가 1900만 명(지난해 12월 기준)을 넘었다.

메신저 유저 중에도 강자들이 있다. 백진경(25·한남대 법학과) 씨는 그중 절대 고수. 그의 메신저에 등록된 대화 상대는 네이트온(806명)과 MSN(340명)을 합쳐 1146명으로 ‘디지털 마당발’이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대화 상대가 300명을 넘기 어렵다. 백 씨의 대화 상대는 150여 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국회의원 연예인 변호사 교사 기자 등 다양했다.

백 씨는 컴퓨터(computer)로 가상(cyber) 세계의 소통(communication)을 생활화하는 전형적인 ‘C 세대’. 그렇다고 하더라도 1100명이 넘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까. 그에게 ‘사이버 휴먼 네트워크 비결 7계명’을 들었다. 》

① 소그룹으로 나눠 관리

사이버 세계라고 하더라도 1100명이 넘는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이 메신저 대화명을 자주 바꾸기 때문에 백 씨는 실명을 볼 수 있도록 해두긴 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챙기는 게 쉽지 않다.

백 씨의 첫째 비결은 대화 상대를 그룹별로 관리하는 것. 언니 오빠 이성친구 동성친구를 비롯해 봉사하면서 만난 이, 인터넷에서 알게 된 이, 외국인 등을 범주화했다. 관심사나 분야가 비슷한 이들도 따로 정리해 둔다.

백 씨의 카테고리 분류법은 인간 관계론의 ‘인맥지도 그리기’와 닮았다. 책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인맥지도를 그려라’(황소영 유용미 공저)에는 “관계와 분야에 따라 자신의 인적 자원을 분석하는 것이 인맥 관리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면 많은 이들을 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씨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룹과 개인 관리를 혼합한다. 한 사람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다면 그 사람이 속한 그룹에 안부를 묻는 단체메일을 보내거나, 그 사람과 함께 아는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한다. 특정 분야의 그룹이 관심을 보일 만한 정보를 얻으면 모두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② 생일-기념일 꼭 챙겨

그룹 관리는 인맥 관리의 비결이긴 해도 단지 그뿐이라면 동호회 운영자 수준에 멈췄을 것이다. 그러나 백 씨는 모든 대화 상대의 인적 사항을 최대한 파악한 뒤 기념일까지 챙긴다.

백 씨는 대화 상대 1146명의 생일을 모두 챙긴다. 모두에게 선물을 보내진 못하지만 메일과 휴대전화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개인의 특별한 기념일을 알게 되면 기억해뒀다가 연락한다. 대화가 뜸해지더라도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크리스마스에는 오프라인 우편으로 카드를 보낸다. 지난해에도 30여만 원을 들여 400여 명에게 카드를 보냈다. 이 중 많은 카드는 직접 만들기도 했다.

백 씨는 이번 위크엔드 기사로 대화 상대들이 휴먼 네트워크 속에 있는 ‘one of them(무리 중 한 명)’으로 비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 한명 한명이 소중하고 고마운 분”이라며 “상대를 진실로 대하고 감동을 줬을 때만 인간 관계가 유지되고 발전한다”고 말했다.

③ 휴대전화에 1398명 저장

백 씨에겐 1300여 명의 이름이 담긴 도구가 더 있다. 바로 휴대전화. 모두 1398명이다. 이름과 전화번호마다 생일이나 메일 주소도 기록돼 있다. 상대의 기념일이 되면 알람으로 알려주고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메신저의 보조 수단이 된다.

휴대전화 문자로는 틈날 때마다 안부를 묻고 연락을 유지한다. 백 씨는 하루 40∼50여 통의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는 셀 수 없이 나눈다. 백 씨가 단체로 문자를 보낸다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한 사람에게 문자를 보낸다. 한때 통화량과 메시지 저장 한계 때문에 2, 3대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닌 적도 있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수첩도 활용한다. 일정뿐 아니라 그날의 메신저 대화 상대나 내용이 빽빽이 적힌 백 씨의 수첩은 인맥 관리의 필수 요소다.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상대의 이야기를 메모하는 모습은 신뢰감도 준다.

백 씨는 ‘삐삐’도 사용하고 있다. 메신저나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육성으로 말을 남기고 전해 듣는 삐삐만의 매력이 친밀도를 높이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④ 관심분야 활용하라

“인간 관계는 꾸준해야 한다. 그러나 인내와 결의가 없으면 그것은 상대를 괴롭히는 스토킹이 된다.”(다이앤 달링의 ‘100명이 나를 알게 만들어라’)

백 씨도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 것은 아니다. 활발하고 모임을 주도하는 성격이지만 메신저로 친구를 맺는 것은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백 씨의 대화 상대 중 500여 명은 온라인으로 인연을 맺은 사이. 여러 인터넷 동호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직접 친구 신청을 해서 맺은 경우도 많다. 백 씨는 관심이 있는 분야로 찾아들어 가 상대의 미니홈피나 프로필을 체크한 뒤 꾸준히 연락한다. 특히 외국인 150여 명은 적극적으로 메일을 먼저 보내고 연락을 취해 대화 상대가 됐다.

대화 상대들은 무작정 신청한다고 모두 받아주진 않는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접근한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통 관심사를 찾아내고 순수한 목적임을 끈기있게 보여 주면 95%는 성공한다고 백 씨는 전했다.

적극적인 친구 맺기를 가끔 구애로 오해하는 남자들도 있다. 또 친구를 맺은 남성들의 연인에게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 이런 문제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면 대부분 해결됐다.

⑤ 차별화 된 정보 가져야

21세기는 정보화시대다. 정보가 힘이다. 커리어 전문 칼럼리스트인 유용미 씨는 “자신만의 개성이 반영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인간 관계에서도 성공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백 씨는 법무사 사무실에서 인턴 사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렸다. 법무사 사무실이어서 자격증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었고 정보를 정리하는 노하우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3개의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비롯한 여러 자격증 취득 정보를 미니홈피에 정리했다.

일주일에 1, 2회 자원봉사활동을 벌이는 그는 관련 정보도 수시로 미니홈피에 올린다. 이를 보고 백 씨에게 연락하거나 봉사 현장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은 특히 친밀감이 높은 대화 상대가 됐다.

꽃이나 식물에 대한 정보도 백 씨의 장기. 관련 전문가까지 인연을 맺어 식물을 식별하고 관리하는 법을 제공한다.

⑥ 고민은 듣되 험담은 말라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의 첫 덕목으로 “꿀을 얻으려면 벌통을 걷어차지 마라”고 충고했다.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비난이나 불평을 하지 말고, 솔직하고 진지한 자세로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백 씨는 1100명이 넘는 이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이런 교훈을 새기고 있다. 그는 메신저에서 상대의 험담은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어서 좋은 의미의 충고도 오해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대화 도중 의견이 충돌하거나 말다툼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백 씨는 그런 일은 기억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첩에도 좋았던 대화 내용은 적어 두지만 안 좋은 것은 일부러 뺀다.

상대가 고민을 말할 땐 잘 들어주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는다. 백 씨는 “나이도 어리고 세상도 잘 모르는데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며 “대부분은 고민을 털어놓을 때 들어만 주어도 스스로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 씨는 메신저 대화에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두 번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상관없지만 잦은 상담은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 그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언제나 밝고 편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⑦ 나만의 시간 가져라

백 씨의 인맥관리 마지막 노하우는 ‘자기 혼자만의 시간 갖기’. 이는 인간 관계 전문가들도 강조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인맥지도를 그려라’에서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 인간 관계에서도 성공한다”고 말했다.

백 씨는 공연이나 미술관에서 ‘나 홀로 관람’을 즐긴다. 같이 갈 상대가 있어도 한 달에 2, 3번은 혼자 간다. 여행도 웬만하면 혼자 가는 걸 즐긴다.

메신저 대화를 위해 종일 컴퓨터에 붙어 있을 것 같지만 오후 11시 이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전화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 백 씨는 “자신을 돌보고 사랑해야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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