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되는 DJ 訪北… 뭔가 있나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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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1일 ‘4월 중·하순 방북’ 추진 의사를 밝혔다. 사상 처음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전임 대통령이, 그것도 ‘4월 중·하순’이라고 시점까지 박아 방북 추진 의사를 밝히자 정치권에서 숱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이날 DJ의 방북을 적극 주선하겠다고 밝히자 현 정권 핵심과 DJ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무성하다.

▽방북 의사 지난달 북측에 전달=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의사를 지난달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초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올해 4월 중순이나 하순경 경의선 열차를 타고 평양에 가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겠다’는 구상을 전달받은 뒤 이를 북측에 전했다”며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DJ의 4월 방북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8·15민족대축전 당시 서울을 방문했던 김기남(金基南·노동당 비서) 북측 당국 대표단장은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이던 DJ를 문안하면서 김 위원장의 북한 초청 의사를 재확인한 바 있다. 특히 DJ가 4월 ‘중·하순’이라고 시점까지 명기한 것으로 볼 때 사전에 북측과 물밑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정상회담 주선 예상=DJ가 방북하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성사될 것이 확실하다.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DJ는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할 것으로 보인다. DJ는 1일자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월 방북 추진 사실을 공개하면서 “내가 정부대표도 아니고, 중요한 결정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할 일이다. 나는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정상회담 주선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DJ의 인생역정을 볼 때 스스로 (1994년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했던)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DJ는 노 대통령의 특사?=정부 당국자는 “김 전 대통령은 민간인 자격으로 방북을 추진 중이다. 방북을 추진하는 주체도 김 전 대통령 쪽이다”며 노 대통령 특사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DJ와 북측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DJ가 구상 중인 방북 의제도 남북정상회담 등과 맞물려 있는 점을 감안할 때 DJ가 사실상 노 대통령의 특사 활동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실제 노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핵심 인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줄곧 DJ의 방북을 권유해 왔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정동영(鄭東泳) 당시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DJ에게 방북을 권유했다. 여권의 방북 권유→DJ의 방북 추진 발표→정부의 방북 중개 등의 순서로 볼 때 DJ가 노 대통령의 모종의 메시지를 갖고 방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개헌 논의의 시발점?=DJ는 방북이 성사되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을 이행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DJ와 김 위원장은 2000년 6·15정상회담에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공통성이 있으며 통일을 이 방향으로 추진하자”고 합의했다.

두 안의 공통된 골자는 남북한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 등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보유한 상태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남북 통합의 제도화를 이루어나가는 것.

물론 이를 실현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DJ의 방북을 계기로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경우 개헌 문제가 정치권의 핵으로 부상하며 남한 내 정치지형을 둘로 쪼개놓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 가능성을 흘려온 여권과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핵문제도 해결이 안 됐고, 평화체제 구축 논의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통합의 논의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DJ 방북은 지방선거용?=DJ가 ‘4월 방북’을 추진 중인 데 대해 야당에선 5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DJ가 지방선거에서 여권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해줄 줄 알면서도 ‘4월 방북’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DJ 시절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 등으로 소원해진 노 대통령과 DJ의 관계가 복원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여권의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이 지나야 DJ의 방북 제안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나올 것”이라며 “그 다음에 구체적인 의제와 일정 등을 논의하다 보면 결국 4월은 돼야 방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제균 기자 phark@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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