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 신사참배 반대 나설까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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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한 한국 중국 등의 반발을 ‘내정간섭’이라며 배척해 온 보수 국수주의적 성향의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변화가 일 것으로 예견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최대의 발행부수(1016만 부·2004년 11월)를 자랑하는 이 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79·사진) 회장 겸 주필이 공개적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력히 비난하며 국립 추도시설 건립안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치부 기자 출신의 언론사 경영인인 그는 끈끈한 인맥을 무기로 정계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인물. 사내에서도 ‘절대 권력자’로 통해 그의 의견이 머지않아 사설과 기사에 반영될 것으로 언론계 인사들은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요미우리신문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현재는 소수파인 일본 정부와 자민당 내 국립 추도시설 건립파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와타나베 회장은 전날 일본 여야 3당 국회의원들이 발족한 ‘국립 추도시설을 생각하는 모임’에 출석해 “전쟁 책임에 관해 깔끔하게 처리해 외국을 대할 때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종교적 색깔이 없는 ‘국립 추도·평화기념비’ 건설을 제안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에 관해 “A급 전범 중 적어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몇 사람은 무모한 전쟁을 시작해 수백만 명의 국민을 죽인 사람이므로 ‘무수한 영령을 추도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범 합사는 당시 후생성의 수속(절차) 잘못으로 이뤄진 것인 만큼 (합사를) 철회해 분사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분사 지지를 명백히 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또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게 하는 곳은 야스쿠니신사의 ‘유슈칸(遊就館·전쟁기념관)’이며 신사의 출판물도 전쟁에 대한 반성과 전몰자 추도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A급 전범도 누명을 쓴 것처럼 기록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와타나베 회장은 평화헌법 개정을 적극 지지해 온 대표적인 보수 강경파 인사. 도쿄대 출신으로 1950년 기자로 입사한 이래 미국 워싱턴 지국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장을 거쳐 1991년 사장에 올랐다. 현재 회장과 주필을 겸하며 요미우리신문의 사설 논조를 모두 정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계의 평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관련 소식을 2면과 4면에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일본 언론계의 한 중진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를 비판해 온 아사히신문 사장의 말이 아니라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 회장의 말이기에 상당한 임팩트(영향력)가 예상된다”고 평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입을 닫고 있던 와타나베 회장의 발언 배경에 대해 그는 “총리의 신사 참배 강행으로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자 전면에 나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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