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인생’…행복은 바로 당신 발밑에 있다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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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존 펜버티 지음·신현준 옮김/163쪽·8900원·맥스

“저 아래 개미들 좀 봐!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쳇바퀴 도는 일 뿐이야.”

“우리나 개미나 다를 게 뭐 있는데?”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우리는 훨씬 크고, 집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고, 복잡한 사회구조를 가진 고등생물이야. 그리고 어느 꽃에서 꿀을 채취할지 선택할 ‘자유 의지’도 갖고 있잖아!”

나뭇가지 위에 있던 벌들의 대화다. 만일 수백 m 상공에서 바라본다면 개미나, 벌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책의 원제는 ‘To Bee or Not to Bee’다. 벌들의 세상을 빗대 일상과 시련, 행복의 의미를 그렸다. 앙증맞은 그림으로 표현된 일벌들의 모습은 트리나 폴러스가 지은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서로에게 짓밟히며 어디론가 끊임없이 기어오르는 애벌레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주인공 ‘버즈’는 매일매일 꽃에서 꿀을 채취해서 벌집으로 옮기고, 유충들을 키우고, 곰의 습격에 맞서 목숨을 걸고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는 평범한 젊은이다. 여왕벌은 항상 “일벌들이여, 오늘은 한층 더 열심히 일해서 저 꿀통을 넘치도록 채웁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의 꿀통이 채워지면 벌들은 또 다른 빈 꿀통을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일벌은 현대의 샐러리맨의 처지와 비슷하다. 그러나 우화를 빗댄 성공학이나 처세술 강의와 달리 이 책은 인생과 종교, 깨달음에 대한 잔잔한 명상을 주문한다.

버즈는 개울가 여울목에서 현자(賢者)인 버트를 만나면서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높은 산봉우리를 넘어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 비바람에 생과 사의 기로에까지 넘나들면서 산봉우리에 오른다. 하지만 깎아지른 절벽이니, 빙하니, 사막이니 하는 기대했던 신세계는 없었다. 다만 자신이 살아왔던 것과 비슷한 계곡이 있을 뿐이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버즈는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 마음을 맡기며 행복이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얻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스승 버트의 말을 다시금 되새긴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결과로 얻어지는 것.”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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