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민 WTO시위대 내달 온다는데…홍콩경찰 “준비끝”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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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비우기, 접착제로 보도블록 붙이기, 골프공 판매 금지….’ 다음달 13∼18일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반대시위를 앞두고 비상이 걸린 홍콩 경찰의 대비책이다. 홍콩 당국은 반(反)WTO 시위대가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2000여 명의 시위대를 파견할 예정인 한국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가장 골치 아픈 존재로 여기고 있다.》

#감옥 비워두고 한국잡지 갖다두고

23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폭력 시위자를 수용하기 위해 홍콩에서 가장 큰 규모인 빅토리아 감옥의 수감자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 감옥의 수감 최대 인원은 800명.

감옥 측은 특히 한국인의 수감에 대비해 이들이 무료하지 않도록 한국 비디오테이프와 잡지를 대량으로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블록 던질라…본드로 붙여놓고

홍콩 경찰은 한국 농민 등이 벽돌로 된 보도블록을 뜯어내지 못하도록 집회 장소 주변 도로의 블록을 본드로 붙이고, 투신을 막기 위해 육교를 투망으로 덮는 작업도 하고 있다.

또 시위 기간에 골프공 휘발유 등 불법 시위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물품의 판매를 일절 금지했다.

홍콩 경찰은 이미 한국 언론 보도 등을 모니터해 새총으로 골프공 등을 발사하거나 휘발유로 경찰 차량을 불태우는 불법 시위 양상을 파악했다.

#말 안통할라…통역관 30명 대기하고

홍콩 경찰은 한국 농민의 돌발적인 자해 소동 등에 대비해 한국 농민들이 집회를 하는 장소 주변에 응급차량을 집중 배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홍콩 WTO 준비기획단은 한국어 통역관 30여 명을 고용했다.

이는 단일 언어로는 최대 규모. 통역관들은 한국 농민의 집회 시위 계획을 파악하고 홍콩 공항과 시내에서 한국 농민들에게 홍콩 당국의 방침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홍콩은 시위 중 자동차나 건물 등을 훼손하면 14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등 시위 관련 법규가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면서 한국 농민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할 것을 당부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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