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음식의 맛과 사랑이 닮은점?…‘터치 오브 스파이스’

  • 입력 2005년 11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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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프리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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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향신료가 눈에 보이지 않듯이, 중요한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그리스 영화 ‘터치 오브 스파이스’(각본 감독 타소스 불메티스)에 나오는 대사를 천천히 음미하면 삶과 사랑을 관통하는 지혜에 대한 깨우침을 얻게 된다. 음식에 얽힌 유년시절의 추억을 통해 세월의 흐름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첫사랑을 찾아가는 한 중년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스인 아버지와 터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파니스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외할아버지의 향신료 가게를 즐겨 찾던 그는 그곳에서 할아버지로부터 향료의 비밀(?)을 전수받고, 첫사랑의 소녀 사이메도 만난다. 하지만 터키와 그리스의 외교 갈등이 고조되면서 파니스 가족은 그리스로 강제 추방을 당하고 할아버지와는 이산가족이 되고 만다. 파니스는 할아버지와 사이메가 그리울 때마다 터키 음식을 만들지만 그의 천재적 요리 솜씨는 ‘귀신이 씌운 것 아니냐’는 주변의 오해를 산다.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요리와 멀어진 그는 천체물리학 교수가 된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그는 다시 이스탄불을 찾는다.

‘애피타이저’ ‘메인 디시’ ‘디저트’란 소제목 아래 맛깔스럽게 포장한 영화의 구성도 독특하고, 우리 눈에 낯선 터키 음식이 풍성하게 등장하는 화면의 빛과 색, 소리도 아름답다. 이야기의 매력과 힘을 보여 주는 영화임에도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만 개봉하는 것이 아쉽다. 25일 개봉. 12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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