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 정권 세무조사와 언론사 도청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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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국세청의 집중적인 언론사 세무조사가 진행될 때 국가정보원이 해당 언론사 사주와 간부들의 전화를 무차별 도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세무조사 당시의 국정원 간부와 실무 직원들에게서 이를 확인하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국정원 수뇌부가 언론사 세무조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라고 독려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정원장이 바로 도청 관련 혐의로 며칠 전 구속된 임동원 씨와 신건 씨다. 세무조사는 2001년 2월부터 6월까지 진행됐고, 두 사람은 그해 3월 자리를 주고받았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국정원의 도청정보가 실제로 세무조사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른바 ‘적대(敵對) 언론’을 압박하기 위해 국세청을 동원한 것도 모자라 도청정보까지 활용했다면 정권의 도덕성은 물론 세무조사의 부당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언론사라고 해서 세무조사의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통상적인 조사가 아니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비판 언론을 손보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기획한 조사라는 정황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DJ는 그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얘기했고, 국세청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무조사 카드를 빼들었다. 단일 업종 세무조사로는 가장 많은 연인원 400여 명을 투입했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정원도 도청이란 불법 수단으로 사실상 세무조사를 지원했다는 게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당시 DJ의 최대 관심 사안이었고,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도청정보를 국세청에 알려준 것은 물론 청와대에까지 보고했을 개연성이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DJ는 “(검찰이) 사실이 아닌 것을 억지로 만든 것”이라며 도청 수사결과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전직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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