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새들이 전해 준 소식’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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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전해 준 소식/에릭 오르세나 지음·김용채 옮김/132쪽·8500원·샘터

이 소설을 읽으면 톰 행크스가 주연한 두 개의 할리우드 영화가 떠오른다. 우선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된 페덱스 직원의 이야기 ‘캐스트 어웨이’가 있다. 그리고 사고가 난 절망적인 우주선 속에서 한정된 재료들만 이용해 사령선을 재가동시키는 이야기 ‘아폴로 13호’도 있다. 이 영화들이 실화처럼 아주 정교하게 진행되는 데 비해 ‘새들이 전해 준 소식’에는 이야기 사이사이에 상상이 끼어들 여백이 풍부하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동화 스타일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아침이면 참게와 주름꽃게, 굵은 갯지렁이들을 잡는 소년 토마. 오후가 되면 이것들을 가마솥에 넣고 몇 시간 동안 끓이면서 섞고 또 섞는다.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아이들이 질겁해서 토마는 외톨이가 되지만 꿋꿋하게 이 일에 매달린다. 접착제 만드는 일에 미쳐 버린 것이다.

이 작품에 그저 ‘회장’이라고만 나오는 한 사람은 반듯한 모범생들한테 상을 주다가 이내 식상해져서는 ‘열정상’이라는 걸 새로 만든다. 소년 괴짜들을 상대로 최고 10만 유로까지 상금을 주면서 격려하는 것이다. 회장을 모시는 이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서 후보들을 발굴하는데 결국 뽑힌 수상자 7명을 추려서 한적한 섬으로 데려간다. 자기 일에 몰두할 기숙사 같은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토마가 여기에 뽑힌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폭풍이 이곳을 휩쓸고 지나가자 아이들은 궁리 끝에 비행기를 만들어야 이 섬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섬에 갇힌 소년 이야기로는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나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 있다. 이들 이야기는 거의 소년 중심으로 이어지며 권력 갈등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새들이 전해 준 소식’은 다르다. 한결같이 자기만의 몽상을 현실화하려는 아이들이 우화적인 이야기 속에 담겼으며, 소녀들이 부각된다. 엔진과 바퀴 전문가인 빅토리아가 우선 눈에 띈다. 녹슨 채 버려진 트랙터, 세탁기는 물론 환풍기까지 섬에 남은 엔진이란 엔진은 극성맞을 정도로 다 긁어모은다. 하지만 연료는 어디서 구하나? 설상가상의 문제들을 하나하나씩 풀어 나가는 괴짜 아이들의 엉뚱한 진지함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글을 쓴 에릭 오르세나(58·사진)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문화보좌관을 지낸 경제학 박사다. 하지만 소설가의 길도 함께 걸어 공쿠르상을 받았으며, 영화 ‘인도차이나’의 시나리오도 썼다. 그는 유럽 에어버스사의 초청을 받아 현재 ‘세상에서 가장 큰 비행기’라는 최신 기종 A380을 만든 과정을 기술자들에게 들으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글을 읽다 보면 고래 같은 A380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군데군데 나온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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